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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합의/ 넘어야 할 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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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합의/ 넘어야 할 산 많다

입력
2007.02.1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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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첫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13일 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 합의문이 채택된 뒤 한 정부 당국자가 밝힌 소회다.

9ㆍ19 공동성명 합의 이후 17개월 만에 북한 핵시설 폐쇄ㆍ불능화 약속을 얻어냈지만 아직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 같은 합의다.

특히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 해제 여부, 일본의 지원 불참 가능성,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경수로ㆍ대북송전 합의의 불완전성 등 이번 합의 이행의 발목을 잡을 지뢰밭은 널려 있다.

BDA 문제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13일 밤 “30일 안에 BDA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6일 베를린회동에서 사전 합의된 내용을 공식 확인한 것이다. 회담의 걸림돌로 예상됐던 BDA 문제가 사전에 제거됐기 때문에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BDA 제재 실무 책임자인 대니얼 글레이저 미 재무부 차관보는 14일 “해결이라는 말에는 구성요소가 많다”고 묘한 뉘앙스의 발언을 남겼다.

해결에는 고려할 사항과 상대가 많다는 것으로 쉽게는 안 된다는 뜻이다. 또 “BDA 문제와 북한의 달러화 위폐 문제는 별개 문제”라며 위폐는 계속 조사할 뜻을 내비쳤다.

BDA 문제와 관련, 또 한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50여개의 북한 동결계좌 중 합법계좌 10여개가 풀린다고 해도 다른 나라 은행들은 여전히 북한과의 거래를 꺼리고 있어 북한의 국제금융 거래망에 숨통이 곧바로 트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미 재무부가 향후 북한의 위폐 제조 의혹을 제기하거나 합법ㆍ불법계좌 구분 과정에서 논란이 생기면 시간이 지체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의 문제 제기가 이어져 또 다른 사단이 생길 수도 있다.

일본 지원분담 불참

중유 100만톤에 상응하는 경제적ㆍ인도적 지원을 하기로 한 2ㆍ13 합의 부속 의사록에서 일본의 의무는 빠져 있다.

한국 중국 미국 러시아는 이 같은 지원 부담을 평등과 형평의 원칙에 따라 분담하기로 했지만 일본만 “자국의 우려사항이 다뤄지는 대로 동일한 원칙에 따라 참여하기를 기대한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부담대상에서 빠졌다.

자국의 우려사항은 일본인 납북문제다. 일본은 이미 이번 6자회담이 시작되기 전 외상과 관방장관 등을 총동원해 “북일간 납치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지원에 참여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국 미국 중국이 회담 기간 내내 일본을 설득했지만 일본은 막무가내였다. 납치문제 해결을 내세워 집권한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북한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기 때문에 일본 대표단은 고집을 굽히지 않고 지원에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30일 이내 북일관계 정상화를 논의할 북일 워킹그룹을 가동키로 했기 때문에 여기서 양국이 어떻게 논의하느냐에 따라 향후 지원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일본이 계속 지원에 동참하지 않겠다고 버틴다면 러시아도 지원불참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합의 틀이 붕괴될 수도 있다.

경수로 대북송전 테러지원국

2ㆍ13 합의 2조 5항은 “9ㆍ19 공동성명 1조와 3조를 상기하면서”라는 표현을 삽입해 대북지원에 협력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 1조와 3조는 각각 ‘적절한 시기에 경수로를 공급한다’ ‘한국의 200만㎾ 대북 전력공급 제안을 재확인한다’는 과거 합의내용이다. 이번 합의에 이런 문구를 삽입함으로써 향후 북한이 경수로, 전력 직접송전문제를 제기할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다. 언젠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과 미국이 60일 이내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합의도 불안요소다. 일단 북한은 1987년 KAL기 폭파 테러 이후 테러에 가담한 정황이 없기 때문에 해제 요건은 충분히 갖췄다.

하지만 리비아가 2003년 말 핵포기를 선언한 뒤 2년6개월이 지나서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졌다는 점을 볼 때 북한문제도 쉽게 풀릴 가능성은 낮다.

북한이 대외교역을 정상적으로 하려면 테러지원국의 멍에를 벗는 게 필수적인데 만약 미국이 시간만 질질 끈다면 북한의 분노를 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판이 깨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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