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로 이름 붙여진 2ㆍ13합의에서 북미와 북일은 관계정상화를 위한 워킹그룹을 30일 내에 출범시키기로 했다.
수십 년 간 으르렁거리던 개와 원숭이가 한 배를 탔으니 당연히 순조로운 항해가 될지 걱정이 앞선다.
북미ㆍ북일 워킹그룹은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비핵화나 경제ㆍ에너지 지원 같은 다자 워킹그룹과 달리 양자그룹이기 때문이다.
의장국 또는 다른 참가국들이 메신저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양 측의 공방이 거세지면 바로 테이블에서 일어나 버릴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미 워킹그룹보다 북일 워킹그룹이 우려된다. 북 측은 그간 일본에 대해 적대적인 언사를 계속해 왔고 일본은 지난해 7월 북 측의 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대북제재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다.
지난해 12월 이번 6자회담에서 북 측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일본 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외무성 국장과의 양자접촉을 극구 꺼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실무자급으로 구성되는 북일 워킹그룹에서 양국 관계를 급진전시킬 묘안을 짜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지배적 관측이다.
현재 일본은 납치문제가 진전되기 전에는 대북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선 납치문제 해결_후 지원’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북한은 “납치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이어서 서로 간극이 크다.
반면 북미 워킹그룹은 출발이 좋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북 측 김 부상의 상대국 방문이 거론되고 있다. 힐 차관보가 평양에 간다면 엄청난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미 워킹그룹 역시 난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대북강경파인 네오콘의 저항이 거세다. 네오콘 전사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2ㆍ13합의를 거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문에 테러지원국 해제,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면제를 논의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북미 워킹그룹 가동 이후 북한이 대북적대시 정책 철회를 강조하며 한미 군사훈련 또는 미사일방어(MD)체제 등을 문제 삼아 논의 진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북 측이 2ㆍ13합의의 핵심인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의 이행을 지연시킬 경우 북미 관계정상화 논의 역시 교착될 가능성이 높다.
워킹그룹에서 논의된 계획과 실행은 다른 워킹그룹과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두 실무그룹의 논의가 수렁에 빠질 경우 6자회담 전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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