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받았으니 되돌려주는 건 당연하죠.”
가난했기 때문에 가난의 서러움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 불우이웃 돕기에 발벗고 나섰다.
13일 오전 경기 시흥시청 주민생활지원과에서는 작지만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모여 만든 집수리전문점 ‘아름다운 집’ 직원들이 성금 1,000만원을 관내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는 행사였다. 시흥시는 이 성금으로 교복 50벌을 저소득층 학생에게 지원하고 나머지는 ‘1%사회복지재단’에 기탁했다. 현장에서 ‘아름다운 집’ 직원들과 대표로 참가한 2명의 학생ㆍ학부모는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지만 눈가에 맺힌 감사와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는 못했다.
‘아름다운 집’ 직원들도 처음에는 맨 손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두 아이의 엄마였던 임현주(42ㆍ여ㆍ아름다운 집 대표)씨는 2003년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시흥시가 지원하는 자활기관을 찾았다. 여기서 도배 장판 집수리 기술을 익힌 임씨는 같은 처지의 동료 3명과 함께 2005년 9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아름다운 집’을 창업했다.
자본금은 자활근로를 하면서 받은 월 60만∼70만원을 쪼개고, 일부 지원을 받아 마련했다.
‘가난은 불편한 게 아니라 사무친다’는 말을 뼈저리게 체험한 이들은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관에 ‘이익금의 10%는 사회에 환원한다’ ‘가난한 사람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는 조항을 못 박았다. 재활기관의 도움으로 자립했으니 이를 갚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지난해 몸을 사리지 않고 일한 이들은 3억원의 매출을 올려 손익분기점을 넘어섰으며 정관대로 1명의 정식사원과 1명의 수습사원을 채용했다. 이들은 창업 첫 해 300만원을 성금으로 냈고 지난해에는 640만원을 들여 저소득층 노인들이 사는 가구 18곳에 도배 장판을 새로 해 줬다.
임씨는 “자활후견기관이 있었기에 암흑에서 헤쳐 나올 수 있었다”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돕고, 한 명이라도 더 채용하기 위해 직원들이 퇴근시간도 잊고 열심히 일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올해 받는 월급은 지난해보다 10만원가량 늘어난 100만∼130만원 수준이다. 한 가정을 꾸려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꿈의 나무’를 키워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이들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할 뿐이다.
딸과 조카 2명을 홀로 키우고 있는 신입사원 임용순(43)씨는 “막노동을 할 때는 방황도 많이 했는데 이제 희망이 보이는 걸 느낀다”면서 “시간을 갖고 꼼꼼하게 작업해 대부분 의뢰인들이 만족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집’ (031)314_5018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