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집일수록 부인이 가계소득에 기여하는 몫이 크고, 맞벌이 여부에 따라 가구의 소득계층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인의 소득을 빼고 남성들의 소득만 볼 경우, 나이가 들수록 동년배 내에서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14일 통계청의 ‘전국가구 소득 5분위별 가계수지’(지난해 4분기 기준)에 따르면 가계의 경상소득에서 부인의 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소득 최하위 20%(1분위)계층이 5.3%, 2분위 8.6%, 3분위 10.6%, 4분위 13.0%, 5분위(최상위 20% 계층) 15.2% 등으로 높아졌다.
부자일수록 재산소득을 포함해 매월 들어오는 정기적인 가계수입(경상소득) 중에서 부인이 직장에 나가거나 장사 등을 해 번 돈의 기여도가 훨씬 높다는 얘기다.
경상소득 가운데 부부가 순수하게 일을 해서 번 돈(근로소득+사업소득)만 볼 경우 최하위 20%는 ‘남편 91% 대 부인 9%’로 남편의 경제력이 절대적 우위를 점했다.
반면 2분위는 89% 대 11%, 3분위 87% 대 13%, 4분위 84% 대 16%, 5분위 81% 대 19% 등으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부인이 일해서 번 돈의 비중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부인 소득이 가계의 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항목이라는 얘기다.
통계청 관계자는 그러나 “이 통계는 맞벌이와 비맞벌이를 합쳐 평균을 낸 것이기 때문에 직장을 가진 주부들의 소득이 과소 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의 지난해 7월 발표 내용에 따르면 비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73만원인 반면 맞벌이 가구의 평균소득은 378만원으로 집계됐다.
비맞벌이 가구가 소득 5분위 가운데 중간 20% 계층(3분위 평균=274만원) 정도의 소득을 평균적으로 버는 반면, 맞벌이 가구는 중상 계층인 4분위(375만원) 수준의 소득을 버는 셈이다.
이와 함께 남편의 소득만 볼 경우 남자들간 소득 격차는 나이가 들수록 더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미혜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가 이 달 초 한국노동연구원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남성들의 소득격차(근로 및 자산 소득 기준)를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50~54세 0.37, 55~59세 0.51, 60~64세 0.55, 65세 이상 0.68 등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남성들은 은퇴기가 가까워지고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기존 직업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느지에 따라 소득 불평등이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유병률 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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