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위기에 처한 열린우리당호(號)가 14일 ‘전당대회 무산’ 우려를 떨치고 닻을 올렸다.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전당대회는 재적 대의원 참석률 저조로 대회 자체가 좌초될지 모른다는 걱정 속에 시작됐다. 그래서인지 당 지도부는 오전부터 대의원 숫자를 일일이 점검하며 막판까지 당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대의원 정족수도 1만2,000명에서 9,157명으로 줄인 상태였다.
그러나 사회를 맡은 최재성 유승희 의원이 오후 2시쯤 “재적 대의원 중 참석자가 6,000명을 넘어 성원이 됐다”고 밝히자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기간당원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당헌개정안 추인 등의 안건은 대의원들의 박수를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소수의 강경 사수파 당원들이 ‘무원칙한 통합 주장’‘해당행위 포기하라’등의 구호를 외쳤지만 역부족이었다.
정세균 의장과 4명의 최고위원 후보들이 장내를 순회하자 대의원들은 노란 막대 풍선을 흔들며 “정세균”을 연호했다. 전당대회는 한나라당은 물론 탈당파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정세균 의장은 “선배 동지들이 피눈물로 만들어낸 민주화 성과가 수구냉전세력에 조롱 당하는 상황을 앉아서 지켜봐야만 하느냐”며 “대통합 신당을 만들어 대선 승리를 안겨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혜영 최고위원은 탈당파를 겨냥해“당 덕분에 국회의원 배지 달고 정부에서 중요 자리 맡고 집안이 어려울 때 떠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 의장이 선출될 때 한 당원이 “이의 있습니다”를 외쳤지만 함성 속에 묻혔다. 이날 소속 의원 95명이 참석했지만 상당수의 대의원들은 정 의장의 수락 연설 당시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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