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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총장 빛바랜 '과반 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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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총장 빛바랜 '과반 신임'

입력
2007.02.14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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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14일 신임투표를 통과했다. 이 총장은 13일부터 이틀간 전체 전임 교수 1,219명 가운데 478명(39.2%)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진 신임투표에서 88.7%의 찬성표(424명)를 얻었다.

이 총장은 15일 중 “교수들의 신임을 바탕으로 4년간 학교를 잘 이끌어나가겠다”는 내용의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40%에도 못 미치는 낮은 투표율은 투표 자체의 신뢰성 논란을 일으켜 상당 기간 이 총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 측은 “방학 기간이라 외국에 체류 중인 교수들이 많았으며 중요한 것은 과반이 신임을 했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지만, 반대파 교수들은 ‘집안 잔치’‘반쪽 투표’라고 비난하고 있어 퇴진 요구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신임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표절 여부에 대한 자체 조사 방침을 밝힌 재단 측의 결단이 이 총장 거취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재단이사회 측 관계자는 “이달 초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이 총장의 자진사퇴 권고를 결정하고 이 총장에 비공식으로 전달했으나 이 총장이 이사회 소집 전 신임투표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 투표율 왜 저조했나

낮은 투표율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이 총장에 반대하는 교수들은 투표 마감일인 이 날도 동료 교수들을 상대로 투표거부 운동을 벌이는 등 조직적인 ‘보이콧’ 움직임을 보였다. 학내의 비판적 움직임은 일단 투표 자체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신임투표 기준에 관한 규정이 없는데다 어느 정도 투표율을 신임으로 볼 것인가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립적 다수를 끌어 안아 표절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이 총장의 노림수가 통하지 않은 보다 근본적 이유는 학문윤리(표절) 문제를 여론몰이식 해법(다수결)으로 풀려는데 대한 반감이 작용한 탓이라는 의견이 많다. 문과대의 한 교수는 “본질을 벗어난 정치적 행위가 사태를 관망하던 조용한 다수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며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둔 꼴”이라고 비판했다.

● 갈등 되려 확산 우려

투표 결과를 보는 학내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교수의회 하종호(철학) 총무는 “투표율이 3분의 1밖에 안 되는 논평할 가치조차 없는 결과”라며 “교수의회 의장단을 비롯한 대다수 교수들이 투표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 총장 측근인 이만우(경영) 교수는 “압도적 지지 결과를 놓고 근거 없이 총장 사퇴를 계속 주장하는 것은 정치권의 경선 불복과 마찬가지 행위”라며 정반대 주장을 폈다.

# 일부 보직교수 "유임땐 사퇴"

이 총장은 일단 총장직을 계속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직교수는 “이 총장이 낮은 투표율에 대해 다소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할 정도의 학내 지지를 받은 만큼 재단의 조사 결과를 조용히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보직 교수들은 이 총장이 유임을 고집할 경우 보직 사퇴도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논문 표절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한 동안 이 총장 신임에 무게를 뒀던 재단 측이 최근 “학술 문제를 투표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신임투표 제안 및 강행에 탐탁치 않은 기색을 내비쳐 이 총장의 거취는 여전히 유동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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