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에 '에르메스(Hermes)'바람이 불까.
1년반에 걸친 리모델링을 마치고 28일 명품관으로 개관하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본관이 '에르메스 효과'를 노린다. 3,500평 규모의 신세계 명품관이 문을 열면 인근 롯데 명품관 에비뉴엘과 더불어, 강북 명동에도 강남 청담동에 버금가는 '명품 쇼핑 벨트'가 형성된다.
무주공산의 강북 명품시장을 선점한 에비뉴엘을 공략하기 위해 신세계가 내세운 '필승카드'는 '명품중의 명품' '명품의 귀족' 브랜드로 불리는 에르메스.
신세계에 따르면 본관 1층에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이른바 '명품 톱3' 매장이 자리잡을 예정인데, 이 3개 브랜드가 한꺼번에 동시 입점하는 것도 흔치 않을 뿐더러, 특히 강북 백화점에 에르메스 매장이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세계는 가격이나 희소성의 측면에서 최고급으로 평가되는 에르메스의 강북 진출을 성사시켰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롯데의 경우 과거 에비뉴엘이나 부산점에 에르메스 유치를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에르메스가 입점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명품관의 품격 측면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말했다.
관건은 에르메스가 명품족들을 끌어들이는데 얼마나 실제 효과를 발휘하느냐다. 에르메스는 현재 신라호텔에도 매장을 두고 있으나, 규모면에서 2배가 넘는 신세계 본점 매장(65평) 개설을 본격적인 강북진출의 계기로 삼고 있다.
지금도 고객의 절반가량은 강북 거주자였지만, 대부분 강남으로 넘어와 쇼핑을 해왔다는 것이 에르메스측 설명. 에르메스 관계자는 "신세계 본점은 기존 강남 매장들과는 상권이 다르기 때문에 신규 고객을 창출을 기대한다"며 "지난해 강남구 신사동에 메종 에르메스 도산파크가 개점됐음에도 인근 기존 매장들의 매출은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르메스 효과'가 생각 만큼 위력적이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이나 샤넬과 달리 에르메스는 극소수 상류층만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폭발적 신규수요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롯데 에비뉴엘의 매출실적을 놓고 볼 때, 강북 명품시장의 성장에는 근원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 라이벌 신세계와 롯데가 명품관 대결에서 어떤 승부를 낼지도 관심거리다. 특히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외손녀 장선윤 롯데쇼핑 상무가 에비뉴엘을 개관때부터 진두지휘하고 있고, 신세계는 이명희 회장의 딸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가 지난해말 본사에 사무실을 마련하면서까지 본관 리모델링 및 개관에 힘을 쏟고 있어 자존심을 건 '딸들의 전쟁'도 흥미진진하다.
개관을 앞둔 신세계는 명품관 분위기 연출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본관장식을 위해 200억원 어치의 미술품을 구입한데 이어, 본관 주변 가로수까지 그루당 1,000만원에 달하는 수령 60년 이상 노송으로 모두 바꿔 심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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