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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미래세대 '독박' 씌우기

입력
2007.02.13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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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에서 일하고 싶어도 취직을 할 수 없어 허송세월을 해야 하는 실업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 직장은 경제적 원천일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삶의 현장이다.

서양에서 직업을 '신의 소명'을 뜻하는 'vocation'이란 단어로 표현하는 이유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실업의 최대 피해자가 한창 열정과 혈기가 넘치는 20대다.

● 고실업 20대 미래부담도 최고

지난해말 청년실업률은 7.9%로 전체 실업률(3.5%)의 두 배를 넘었을 뿐 아니라, 4년제 대졸 이상 고학력 실업자 숫자는 전년보다 13.6%나 늘어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였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신조어는 이제 '이구백'(20대 90%가 백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이런 그들이 최근 발표된 고령화의 경제 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한 한국개발원(KDI)의 보고서를 봤다면 어떤 심정이었을까. 노인 부양을 위한 재정 지출이 급증하고 각종 연금과 세금이 높아지는 부담을 20대가 가장 많이 짊어져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평생 국가에 낼 돈에서 자신에게 돌아올 혜택을 뺀 순재정부담이 세대별로는 20대에서 7,722만원으로 최고점에 달한다. 취직을 해서 세금과 보험료 등으로 낸 돈이 자신에게 돌아올 혜택보다 7,722만원 더 많다는 얘기다. 이쯤 되면 20대는 현재도, 미래도 사회의 불행한 유산을 홀로 짊어지는 '독박 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올 법하다.

젊은 세대의 사회적 부담 증가는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부양을 받아야 하는 노인세대는 늘어나는 반면, 부양을 해야 하는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 추세가 그렇다.

그러나 미래 세대를 짓누르는 짐 가운데 상당 부분은 기성 세대가 져야 할 것이기에 심각한 세대 간 갈등소지를 안고 있다. 세대간 고통 분담이 불가피한 연금 개혁이 대표적이다. 기성세대의 반발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항이 없는 미래세대에게 더 희생을 전가하는 방식을 택한다.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안은 기존 공무원의 기득권은 별로 손대지 않으면서 신규 공무원에게는 가혹한 개혁안을 적용해 무책임한 책임전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눈덩이처럼 적자가 불어나는 연금 부실의 책임이 고스란히 미래세대 어깨 위에 쌓이고 있는 것이다.

미래세대에게 책임 떠넘기기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들어 복지, 국방 분야 등에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2002년 133조원 규모이던 국가채무는 지난해 250조원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출이 늘어난 만큼 세금을 더 거둬야 하지만 조세저항이 두려워 아무런 반발도 없는 국채 발행으로 때웠기 때문이다. 상환 책임은 당연히 미래세대의 몫이다.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29.6% 수준인 국가부채는 2050년에는 50%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근 임기 말을 앞둔 참여정부가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중ㆍ장기 계획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것 역시 생색은 이 정부가 내고 부담은 차기정부에 미루는 무책임한 행태이다.

● 임기말 중ㆍ장기 계획 남발

후세대에 풍족한 부를 물려주지 못할 망정 거꾸로 부채만 잔뜩 남기는 부(負ㆍ마이너스)의 유산은 선조의 도리가 아니다. 그 피해자는 다름아닌 우리의 아들 딸들이다.

지난해 인터넷에서는 '죽음의 삼각형-누가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가'라는 제목의 섬뜩한 동영상이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내신과 수능, 대학별 고사를 치러야 하는 2008학년도 대학입시를 비판하는 이 비디오에서 학생들은 기성세대에게 이렇게 외친다. "친구를 짓밟고 적으로 삼는 것이 창의적 인재입니까.

우리 가슴 속의 분노와 피해의식, 그 모든 것은 바로 당신들이 키웠습니다." 미래세대에게 떠넘기는 부의 유산을 이즈음에서 중단하지 않으면 이러한 외침은 적대적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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