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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OFF] 네티즌 '수사 놀이'보단 추모의 마음을

입력
2007.02.13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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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에서 가장 막강한 정보망과 수사력을 가진 곳은 어딜까. 경찰? 검찰? 아니면 안기부?

아니다. 네티즌이란다. 물론 웃자고 하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저 웃어 넘길 일도 아니다. 한국 연예계에 한해서만큼은 네티즌은 안기부나 CIA를 능가하는 막강한 정보조직이다. 특정 연예인의 감추고 싶은 사생활도, 떠도는 소문의 진상도 네티즌이 한번 움직이면 금새 모든 인터넷으로 퍼져 나간다.

연예인의 현재와 과거 사진을 비교해 성형 의혹을 제기하거나, ‘X-파일'같은 비공개 문서를 퍼뜨리는 것은 이제 옛날 일에 속하고, 최근에는 인기가 급상승중인 몇몇 스타들이 인터넷에 남긴 글과 사진까지 발견해 과거 행적이 이렇다 저렇다 추측할 정도다.

이번 정다빈의 죽음에 대해서도 네티즌은 특유의 수사력(?)을 발휘했다. 정다빈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정다빈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남긴 글과 사진, 그리고 정다빈의 관계자들이 남긴 자료들을 종합해 자살에 의문을 제기했고, 몇몇 사람들을 ’용의자‘에 올려놓기도 했다. 언론도 이를 그대로 인용해 의혹을 제기해 사건을 더욱 크게 확대했다. 그러나, 알려진 대로 부검결과 정다빈의 사인은 자살로 밝혀졌다.

물론 네티즌의 추측대로 정다빈이 타살당했다는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죽음의 원인은 누구보다 가족과 관계자들이 궁금해 하고, 진짜 수사는 경찰이 나설 일이다. 굳이 정다빈의 젊은 나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MBC <뉴논스톱> 부터 MBC <옥탑방 고양이> , SBS <형수님은 열아홉> 에 이르기까지 정다빈은 한국 청춘시트콤과 로맨틱 코미디에서 발랄한 여성 캐릭터의 전형을 세웠던 배우였다.

우리가 해야 했던 일은 이런 배우가 ’왜‘ 죽었는지 파헤치는 것에 앞서 ’어떻게‘ 살았는지 되돌아보는 것이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또 스타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누구나 직접 파헤칠 수 있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건 흥미로운 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수사놀이‘ 속에서 정작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추모‘의 마음조차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강명석 객원 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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