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자회담에서 북미간 관계정상화 논의에 합의한 것은 한국전쟁이후 50여년간 적대관계를 지속해온 양측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위한 전기가 될 수 있다.
물론 단시간 내 전면적인 관계개선이 이루어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핵 폐쇄 초기단계에서는 논의에 착수했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관계 개선의 첫 단추는 9ㆍ19 공동성명 이행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대북 금융제재 해제로 시작될 전망이다. 우선 지난달 베를린 북미합의에 따라 30일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BDA) 북한계좌에 대한 선별적인 동결 해제조치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사실상 금지된 북한의 국제금융거래도 단계적으로 풀리는 조치가 수반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대북 적대시정책의 상징적 조치로서 규정한 BDA문제가 풀리는 것이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북미 관계정상화 논의는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와 적성국 교역법의 적용면제에 대한 논의부터 출발한다. 이는 핵 폐기 초기 조치인 영변 핵시설의 폐쇄조치와 마찬가지로 공동성명 채택으로부터 60일 이내 개시토록 돼 있다. 구체적인 논의는 북미관계 정상화 워킹 그룹에서 중점적으로 이루어진다. 핵 시설 폐쇄 단계에선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당시에는 합의 후 3개월 내 대북 무역 및 투자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는 게 논거다. 핵 시설의 폐쇄의 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은 만큼 미국이 논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북측이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불능화 단계로 이행할 경우 북미 관계정상화는 논의가 급진전될 수도 있다. 테러지원국 지정과 적성국 교역법은 사실상 미국이 취하는 대북 경제제재 조치로서, 미국은 이를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및 불능화 조치에 맞춰서 해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적성국교역법 등은 법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법률을 손질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북미간 금융거래나 이뤄지고, 미국기업이 북한에 투자 내지 진출하게 되는 날은 북측이 취할 조치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셈인데, 우리측은 이 시점을 올 하반기나 내년 이후 정도로 기대하고 있다.
북미간 전쟁상태를 종식하는 평화체제 협정체결과 문서화된 안전보장 논의는 이 단계에 들어선 후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지 W 부시대통령이 언급했던 자신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은 핵 시설의 해체 보다는 핵무기의 해체가 이루어진 다음에야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베이징=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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