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주부 서효경(37)씨는 아들 이서우(7)군과 함께 출근한다. 하나은행 강남권 지점에 다니는 서씨는 이미 4년째 회사가 마련해준 직장 보육시설에 아들을 맡기고 있다. “직장 보육시설이 없을 땐 마땅히 아이 맡길 곳이 없어 힘들었죠. 양육 때문에 부부 다툼도 잦았고요.” 회사 직영 어린이집은 오전 7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아이를 돌봐주기 때문에 퇴근시간에 쫓길 염려도 없다.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데다 아들 녀석과 출근길에 손 잡고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아요.”
아이와 함께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근무시간 동안 사원들의 어린 자녀를 돌봐주는 보육시설을 직장 내에 설치한 회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13일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및 전체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 560곳 중 112곳이 직장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아직 전체의 20%에 불과하지만 2005년(90곳)에 비하면 24% 증가했다. 이들 보육시설에는 5,340명의 근로자 자녀가 보육서비스를 받고 있다.
직장 보육시설을 설치하는 업체가 늘어난 것은 사용자 측이 출산과 양육을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원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을 운영 중인 반도체 업체 ASE KOREA㈜의 인사담당 관계자는 “사원들이 양육 고민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이직률이 낮아지고 회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며 “국내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우리 직원들은 평균 2명 이상의 자녀를 갖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라고 자랑했다. 여섯 살 딸을 둔 이 회사 직원 이성숙(43)씨는 “아이를 회사 어린이집에 맡기면서부터 육아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직장 내 보육시설 증가에 한몫 했다. 노동부는 기업이 보육시설을 자체 운영하는 경우 시설비 및 물품 구입비로 최대 2억5,000만원, 보육교사 등의 인건비로 매월 1인 당 80만원을 무상 지원한다.
지난해엔 모두 113억5,100만원을 지원했다. 2005년 73억4,500만원에 비해 54.5% 늘어난 것이다. 소득세 법인세 취득세를 면제해 주는 등 세제 혜택도 주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더 많은 업체들이 참여하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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