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소식과 현란한 말장난만 가득한 TV에 싫증이 난 사람이라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습관적으로 TV 앞에 앉는다. 하품을 하면서 “뭐 볼만 한 것 없나”하고 쉴새 없이 리모콘을 만지작거리지만 마뜩한 프로그램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아주 가끔은 ‘보물’ 같은 프로그램을 발견할 때도 있다. EBS의 자연 다큐멘터리가 그런 프로그램이다.
EBS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연 다큐멘터리 2편을 연달아 방송한다. 한라산 중턱의 야생조 생태를 기록한 <탐라계곡에서의 한철> (가제)과 몽골 붉은 여우를 추적한 <붉은 여우> 가 그 작품들. 붉은> 탐라계곡에서의>
17일 밤11시에 방영하는 <탐라계곡에서의의 한철> (가제)은 우리나라 3대 계곡의 하나로 꼽히는 제주도 한라산 중턱 탐라계곡에서 촬영됐다. 주인공은 팔색조 삼광조 흰눈썹황금새 큰유리새 등 이곳에 깃들인 날짐승들이다. ‘한철’은 이 새들이 새끼를 낳고 기르는 여름을 말한다. 지난해 여름, 쏟아지는 폭우와 불볕더위를 이겨내며 생명의 섭리를 따르는 팔색조의 모습이 장관으로 다가온다. 탐라계곡에서의의>
18일 밤 11시에 방영하는 <붉은 여우> 는 우리나라에선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붉은 여우를 찾아 드넓은 몽골 초원으로 떠나는 이야기다. 울란바토르에서 동북쪽으로 200㎞ 떨어진 몽고모리트 초원지대. 말 한 마리가 쓰러지자 개와 푸른 늑대, 검독수리들이 차례로 나타나 살과 뼈를 발라먹는다. 야생의 질서에 따라, 붉은 여우는 이들이 모두 사라진 뒤 비실비실한 걸음걸이로 나타나 남은 찌꺼기를 먹어치운다. 붉은>
<탐라계곡에서의 한철> 을 촬영한 임완호 감독은 “시청자들이 ‘우리 숲에 이런 새도 살고 있구나’ 정도만 알게 되도 좋을 것 같다”며 “그것이 하나의 지구에서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생명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탐라계곡에서의>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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