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공동 개발해 내놓은 '차세대 고교 경제교과서 모형'은 시장경제 체제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상이한 시각을 조율해 만든 첫 작품이라는 면에서 진일보한 성과로 평가된다.
노동계 등 진보진영은 이번 작업이 "현행 교과서의 반시장적, 반기업적 편향성을 시정해달라"는 재계의 요청에 따라 진행된 것임을 들어 또 다른 편향성을 지적하지만, 그 정도의 문제는 일선 교육현장에서 참고자료로 모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풀어갈 수 있는 사안이다.
새 모형은 현행 교과서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부도덕성을 부각시키며 시장의 한계와 정부 개입의 필요성에 역점을 둔 것과 달리, 기업의 본질이 이윤 극대화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경제현상을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특징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과도한 이념 혹은 복잡한 논리로 교과서를 서술하는 방식에서 탈피, 실생활에서 겪는 체험이나 사례 중심으로 기회비용과 비교우위 등 경제적 개념을 설명하고 학생들이 경제를 친숙하게 여기도록 한 점이다.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 개입은 개인과 사회의 이익을 해친다"거나 "노조가 있는 기업은 높은 임금으로 인해 고용을 기피하게 된다"는 등의 논리 비약이나 단순화는 정부와 재계가 공동협약까지 맺어 개발한 교과서 내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또 부동산 임대료 통제정책이나 성장ㆍ분배 논란 등도 사회경제적 여건을 배제한 채 일방적인 선악의 잣대로 재단할 내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모형의 의미를 평가하는 것은 아직 가치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중ㆍ고교생들이 친시장이니, 반기업이니 하는 단선적 주장을 멀리하면서 시장경제의 효용성과 한계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는 "정의와 덕성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시장경제 시스템을 유지하는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이 말을 기억하면서 '모형'을 토대로 더욱 많은 검토와 보완작업을 거쳐 사회 전체의 폭 넓은 공감을 얻는 경제교과서를 만들기를 바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