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탈당파 그룹들이 서로를 향해 각을 세우고 있다. 차별화를 통한 생존경쟁을 시작한 셈이다. 하지만 정책 경쟁보다는 감정 섞인 비난전 양상을 띄고 있어 향후 통합신당 창당이 난항을 겪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혁을 앞세운 ‘민생정치 의원모임’의 이계안 의원은 12일 “기득권을 포기한다면서 (신당 창당) 로드맵을 발표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중도 실용노선을 표방한 ‘통합신당 추진 의원모임’을 겨냥했다. 통합신당 모임이 10,11일 워크숍에서 5월까지 기초적인 창당 작업을 매듭짓겠다고 한 데 대한 비판이다. 한 때 이들과 함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탈당파 내 갈라서기다.
그간 우리당과 탈당파 그룹들은 서로를 향한 비판의 강도를 높여 왔다. 민생 모임측은 “우리당 자체가 민생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천정배 의원)며 사실상 우리당 해체를 주장했다. 통합신당 모임은 “우리당은 108명 초선 의원들의 이질성 때문에 무능ㆍ혼란ㆍ좌파이미지가 굳어졌다”(이강래 의원)고 직격탄을 날렸고, “우리당 중심으로는 안 된다”(최규식 의원)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자질까지 거론하며 우리당과 참여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던 우리당의 비판 수위도 높아졌다. 그 동안은 집단 탈당을 이끈 김한길, 강봉균 의원이 직전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라는 점을 들어 정치도의를 문제 삼는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선 “분열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를 것”(문희상 의원)이라는 공격이 나왔다. 민생 모임을 이끌고 있는 천 의원의 탈당을 두고선 아예 “정치 이전에 인간의 도리를 해야 한다”(이광재 의원)는 비난을 쏟아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권 주변에선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감정이 상하게 되면 신당을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물론 다른 견해도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오히려 정책 경쟁을 할 경우 정체성과 노선 차이가 두드러져 나중에 한 길을 가기가 어렵다”며 “당장은 서로가 힘들겠지만 견뎌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당 기간은 정치적 홀로서기를 위한 상호 비난전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편 2ㆍ14 전대를 이틀 앞둔 우리당은 기간당원 6명이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한 당헌 개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이날 기각됨으로써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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