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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단아' 나이젤 케네디 "명성만큼 까다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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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의 이단아' 나이젤 케네디 "명성만큼 까다롭네"

입력
2007.02.1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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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방어, 새우 초밥 4개씩이요. 5개는 주방장 추천으로 할게요.”

일식당을 찾은 손님의 주문이 아니다. 내한공연을 앞둔 바이올리니스트의 계약서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최고로 잘하는 식당의 것이어야 한다는 단서도 붙어있다.

‘클래식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영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51)가 5월 9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가죽 재킷에 군화 등 독특한 패션과 기행, 파격적인 음악 해석으로 유명한 케네디는 비발디 <사계> 음반을 200만장 이상 판 스타 연주자다. 2002년에도 내한공연이 추진됐지만 불과 보름을 앞두고 취소됐었다.

그의 내한을 성사시킨 성남아트센터는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고도 안절부절이다. 공연기획부 김용운 부장은 “초조한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계약서 뒤에 무려 26쪽에 이르는 조건서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한국행 비행기는 브리티시 항공이어야 하고, 이용할 차량은 벤츠 S클래스라야 한다. 호텔방의 온도는 22도, 습도는 55%라야 하고, 꽃은 절대 사절이다. 얼그레이 티백의 개수와 TV 스피커의 출력까지 지정했다.

‘매우 매우 중요하다!!!!!!!!’라는 문구가 붙어있는 페이지에는 4대의 산업용 가습기와 2대의 휴대용 히터 및 에어컨디셔너 등 호텔방과 공연장 대기실에 필요한 각종 기기를 표시했다. 브랜드와 모델은 물론, 용량까지 나와있다. 대기실에 비치될 맥주와 보드카, 와인, 음료수 역시 브랜드는 물론, 용기 재질도 지정됐다. 대기실에서 먹을 초밥 리스트는 어련히 챙겨줄 간장과 고추냉이까지 포함돼있을 정도로 촘촘하다.

음악계에는 성격이 까다로운 연주자 때문에 공연장이나 기획사가 속을 끓이는 일이 많다. 2003년 내한한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치머만은 갑자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내부의 마이크 철거를 요구해 공연을 지연시켰으며 소프라노 제시 노먼은 한 겨울 공연 때도 난방을 하지 못하게 했다. 2005년 내한한 하시이시 조는 리츠칼튼 호텔 1714호를 콕 찍어 숙소로 정했고, 색소폰 연주자 데이빗 샌본은 청소 세제의 향과 타월 사이즈에도 관여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내한 스타들이 지나치게 까탈스럽다는 시각도 있지만 최적의 환경에서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려는 연주자들의 노력에서 나온 주문이기 때문에 최대한 맞춰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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