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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유가족 '분노의 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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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유가족 '분노의 불길'

입력
2007.02.12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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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포는 사람 취급도 안 하는 한국 정부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전남 여수시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이 안치된 여수성심병원 분향소는 12일 썰렁함이 가득했다. 희생자 9명의 영정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유가족들을 빼고는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유가족들은 두 번 울고 있다. 도움의 손길은커녕 따뜻한 위로 한마디 조차 없는 게 너무 야속했다. 11일 재발방지를 다짐한다며 사고 현장을 찾은 김성호 법무부장관과 오현섭 여수시장도 유가족들은 나 몰라라 한 채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유가족들은 마침내 한국 정부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이번 참사로 숨진 이태복(42)씨의 조카 딸 원춘희(37)씨는 “언론 보도를 통해 사망 사실을 알고 수소문해서 찾아 왔는데 어느 누구도 사고 경위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유가족이면 최소한 시신이라도 확인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고 현장을 보여달래도,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 지 물어도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원씨는 “강제 추방을 당해도 상관 없었다. 이제 중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행복할 일만 남았는데….” 라며 흐느꼈다. “진짜 죄인이라도 이렇게 대우할 수는 없는데 외국인이라고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불합리한 외국인근로자 취업 실태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김성남(51)씨의 형 성태(61)씨는 “동포들에게는 불법이라며 벌을 주면서 왜 업주는 처벌하지 않는가. 우리는 사장이 고용했으니 일한 것 아니냐. 불법을 누가 초래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사망한 김씨는 3년 짜리 취업 비자로 들어온 뒤 연장 수속을 밟고 있었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도 아니었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은 업종에서 일했다는 경미한 이유로 출입국사무소에 갇혀있다 변을 당했다. 사고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복잡한 취업 절차를 모르는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업주가 신분을 위조해 고용했는데도 피해는 노동자만 고스란히 떠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이씨와 김씨는 행복한 편에 속했다. 이들 외에 희생자 유가족 태반은 사망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 정부는 사고 발생 후 외교라인을 통해 사망자의 여권번호와 이름 등 인적사항을 중국 정부에 통고했을 뿐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별도의 서류는 필요 없고 유가족임을 입증할 수 있기만 하면 즉시 비자발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측이 현지 유가족의 주소를 확보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장담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수=박경우기자 gwpark@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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