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 온조대왕문화체육관 옆 강동푸드마켓. 흰색톤으로 밝게 꾸며진 30여평의 실내에는 천장에 닿을 듯 서 있는 선반마다 각종 물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쌀, 혼합곡식, 밀가루 등 곡류와 돼지갈비, 사골류 등의 고기, 샴푸와 비누, 화장지 등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풍성한 물품들이 대형 고급슈퍼마켓을 연상시켰다. 푸드마켓은 식품을 기탁받아 저소득 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곳으로 2004년 양천구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은 시각인데 푸드마켓을 찾는 노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온 할아버지,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어온 할머니 등 회원들이 쌀과 간장, 밀가루 등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아갔다. 708명의 회원이 등록된 강동푸드마켓에는 하루 평균 30~4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암사동에 산다는 박모(76) 할머니는 “1달에 1번 들러 쌀이나 간장, 밀가루 등 필요한 물건을 가져간다”며 “한 달에 1만5,000원 어치만 가져가도록 한 것이 좀 아쉽지만 정말 요긴하게 쓴다”고 고마워했다. 당뇨병 합병증을 앓고 있는 50대 딸과 손녀와 함께 살고 있다는 할머니의 장바구니에는 소고기맛을 내는 감치미, 밀가루 1포, 식초, 간장이 담겼다.
지난해 3월에 개소한 강동푸드마켓이 저소득층들을 돌보는 따뜻한 장소로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 서울에는 강동지역 외에도 8개의 구에 푸드마켓이 설치돼 있지만 강동은 그 규모와 운영방식이 돋보인다. 대부분 다른 지역의 푸드마켓은 물건이 들어온 지 사나흘 지나면 쌀 등 주요 물품이 동이 나지만 이곳은 다르다. 매장 뒤편에 있는 20여평의 창고는 쌀을 비롯해 각종 부식물로 가득 차 있었다.
강동구내 기초생활수급자중에서 각 동사무소의 추천을 거쳐 구청에서 정하는 회원들은 현재 708명이지만 올해 1,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개소식 때 회원은 400명이었다. 1년도 안돼 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 같은 강동푸드마켓의 성공비결은 기부업체 발굴과 철저한 관리다. 현재 강동푸드마켓 후원업체로 등록된 곳은 아산복지재단, 한국마사회, 선진무역, 서울통신기술, 현대백화점, 이마트 명일점과 천호점, 이레상사, 세스코 등 18곳.
강동푸드마켓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김용길 강동종합사회복지관장은 “기부업체 발굴은 일반 대기업의 영업마케팅처럼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며 “신동우 구청장이 주선한 동원F&G는 개소때 3,000만원어치의 물품을 지원했고 지금도 매월 900만원어치의 부식류를 제공하고 있는 든든한 후원자”라고 말했다.
일단 후원업체로 등록되면 ‘운영자문위원단’이 되고 3개월마다 열리는 ‘사랑의 식품나눔잔치’를 통해 회원 및 지역민과 교감을 갖게 함으로써 계속적인 관심을 갖도록 하고 있다.
강동푸드마켓의 또 다른 강점은 푸드뱅크를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대부분 식품 등 물건으로 후원되기 때문에 잘 찾지 않는 식품은 자칫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처분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푸드마켓에서 유통기한이 거의 다 되도록 남아있는 식품은 고아원 등 관내 보호시설에 공급하고 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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