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두문불출하던 강금실(50) 전 법무부장관이 첫 산문집 <서른의 당신에게> (웅진 지식하우스)를 냈다. 그는 12일 출판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랫동안 글쓰기를 갈망해왔다”며 “정치인으로서의 나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른의>
책은 판사, 대형 로펌 대표, 법무부 장관, 여당의 서울시장 후보 등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쌓아온 강 전 장관이 인생의 고비고비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을 기록한 자전적 에세이다.
엄혹했던 전두환 정권 시절 초임판사로 일하면서 시국 관련 시위 사건으로 잡혀온 대학생들을 훈방 조치해 법원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일, 검찰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법무부장관 시절 전례 없이 검사들과 MT를 가 노래방에서 어깨동무하고 함께 노래하며 오해를 푼 일 등 보수적인 조직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성공을 거둔 강 전장관의 면모가 드러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문학, 영화, 춤 등 예술 다방면에 걸친 강 전 장관의 높은 관심과 지식이다. ‘역사의 과도한 정치적 상황과 개인의 감수성이 만나는 지점에서의 고통’을 느꼈다는 기형도 작품에 대한 시평이나 승무, 살풀이, 태평무 등 한국 전통 춤에 대한 아마추어 이상의 식견을 드러내는 대목,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 로 구속된 장정일을 변론하며 느낀 성과 권력의 관계에 대한 단상 등은 정치인이나 법률가가 아니라 오히려 ‘르네상스적 교양인’을 추구하는 그녀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내게>
그녀는 관심을 가지고 직접 배웠던 것만 해도 데생, 크로키, 판화, 서예, 클래식기타, 피리, 장구, 북, 요가, 단학, 재즈댄스, 성악 등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라고 책에서 소개했다.
하지만 ‘보랏빛 바람’을 일으켰으나 아쉽게 낙선했던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전의 이야기는 빠져있다. 정치인으로서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서른의 당신에게> 라는 책 제목에 대해 “30대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시기이기 때문”이라며 “결혼, 일 등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새롭게 인생을 개척해가는 20, 30대 후배들에게 ‘멘토’ 노릇을 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서른의>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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