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화재경보가 울리지 않게 조작해 놓았을까?’
11일 새벽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화재당시 경보기만 제대로 작동했더라면 수용실의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떼죽음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화재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당시 출입국관리사무소 1층 안내실에 설치돼 건물 내 소화용 화재경보기(12개)의 경보음을 제어하는 화재 수신기의 화재 감지확인 램프에는 불이 들어와 있었지만 경종 버튼 2개는 모두 경보음이 울리지 않게 눌러져 있었다.
누가 그랬을까. 일단 소방서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소방설비 설치점검업체 관계자들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수신기를 설치한 그린소방㈜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정기 점검 당시 화재수신기는 정상이었다”고 말해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 중 누군가가 화재수신기의 경종버튼을 눌러 놓았을 개연성이 높다.
소방서 관계자는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이 화재경보기의 오작동을 막기 위해 화재수신기의 경종버튼을 눌러 놓았을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그 게(화재수신기) 뭔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함부로 조작했겠느냐”며 소방서측 주장을 일축했다.
날마다 화재수신기를 점검하고 있다는 관리직원이 어떻게 경보음이 울리지 않도록 조작돼 있는 것을 몰랐는지, 알았다면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등도 의문이다. 이는 출입국관리무소의 소방시설의 유지 및 관리가 허술했다는 증거로 볼 수밖에 없다.
화재 당일 사무소 당직 근무자들의 근무 태도도 쉽게 납득할 수 없다. 3, 4층 보호실을 지켜야 할 사무소 당직자 2명은 자리를 비우고 경비용역업체 청원경찰에게만 근무를 맡겼다. 또 A(39ㆍ사망)씨가 물에 젖은 화장지로 304호 폐쇄회로TV를 가린 오전 3시51분부터 2층 상황실 모니터가 ‘먹통’이 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여수=안경호 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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