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X파일' 공개를 예고했던 정인봉 변호사가 일단 공개 시기를 늦추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진영의 법률특보를 맡고 있는 자신이 직접 공개하는 것보다 당 경선 준비기구에 넘기는 게 나으리라는 당 지도부의 판단을 따랐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선 준비기구의 검증 작업이 늦어지거나 그 수준이 기대치보다 낮을 경우 독자 공개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3월 말까지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사실상의 시한까지 설정했다. 한나라당 주변의 'X파일 논란'이 잠시 잠잠해지더라도 오래 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우리는 한나라당 경선 주자들의 자기 장점 부각이나 경쟁자 헐뜯기에 대해 일일이 언급할 생각은 없다. 다만 본선과 마찬가지로 예선에서도 공정한 경쟁을 위한 엄정한 규칙은 중요하며, 만에 하나 그런 일반 규칙에 어긋날 개연성이 있는 행동이라면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만은 환기하고 싶다.
그런 규칙 위반의 폐해를 톡톡히 맛본 바 있는 한나라당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2002년 대선에서 김대업씨의 '병역비리' 폭로와 설훈 전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주장으로 이회창 전 후보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나중에 법원이 두 사람의 행위를 제재했지만 선거는 이미 끝난 뒤였다.
정 변호사가 공개하려던 내용이 위의 예처럼 지독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 정 변호사는 자신의 움직임이 박 전 대표 측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스스로 정치 경력이 있는 데다 박 전 대표 진영에 참가함으로써 이미 정치적 의욕을 드러낸 사람의 정치적 행위에서 정치적 동기를 빼고 보라는 주문은 상식과 거리가 멀다.
꼭 검증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앞으로 당내 경선 과정에서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또한 누가 그 검증 절차를 통과하든, 그는 국민 앞에서 다시 한 번 본격적 검증을 거치게 된다. 이번 'X파일' 공개 논란은 한나라당 경선 주자들 모두 공식적 검증 절차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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