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탈당 의원들이 지난 주말 워크숍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맹비난 했다. "대통령이 잘못해서 개혁과 민주를 다 팔아먹었다"고 직설을 퍼붓는가 하면 "훌륭한 대통령 후보감이지만 대통령감이었는가"라고 자질문제를 거론했다.
탈당 의원들이 노 대통령을 배척하는 이유야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안다.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당하고, 선거는 다가오니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여당에 걸 수 없는 사정이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노 대통령을 따라 민주당 분당과 여당 창당에 동참했고, 엊그제까지 집권당의 실패에 직접적, 때로는 선도적 몫을 했던 사람들이다. 그러고선 이제 와서 이런 말들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것을 보면 배신과 기만 야합의 정치세계가 무상함은 물론 역겹기까지 하다.
탈당한 지 여러 날이 지나 자기들의 진로를 모색하겠다는 것이 이번 워크숍이었다는데, 정책이나 노선에서 열린우리당과 어떤 다른 것들을 제시했다는 얘기는 전해지는 바가 없다.
들리는 말이라고는 노 대통령에 대해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가한 것이 모임의 전부인 듯하다. 그들의 탈당에 왜 비난만이 쏟아지는지를 스스로 드러낸, 빈약한 집단임을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의 실정을 그들의 비난과 달리 설명할 방도도 없다. 탈당 행각에 가해지는 비판만큼이나 노 대통령이 이들로부터 당하는 비난이 틀린 것은 아니다.
가령 엊그제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의 친노(親盧) 모임 강연을 보면 대통령과 청와대의 빗나간 정치행태가 고스란히 확인된다. 이 실장이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의 경제 성장 공약에 대해 비방에 가까운 비판을 가한 것이 한 예이다.
선거를 앞두고 야당 주자들을 정면에서 공격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대통령 참모로서의 직분과 합당한 행동 범위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들의 공약은 당과 국민이 알아서 판단하고 선택할 일이다.
선거 관리 책임을 가진 임기 말 정권의 중심참모가 선거전에 뛰어들듯 중립 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위험하다. 더구나 그의 발언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민생 회담'을 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오만한 건지 미숙한 건지 몰라도 있어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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