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기업들의 왕성한 식욕이 세계시장의 지각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인수ㆍ합병(M&A) 시장에서 잇따라 대어를 낚으면서,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
특히 철강부문에서 미탈스틸과 타타스틸이 프랑스의 아르셀로와 영국의 코러스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 힌달코(Hindalco)가 캐나다의 알루미늄 기업 노벨리스를 합병키로 하는 등 인도 기업들의 공격적 행보가 잇따르고 있다.
12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인도 최대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힌달코는 음료캔 및 자동차용 압연 알루미늄 제조기업인 노벨리스사를 60억달러(채무포함)에 인수키로 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 생산 규모를 합칠 경우 힌달코는 아시아 최대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이자, 세계 최대의 압연 알루미늄 제조사로 부상하게 됐다.
힌달코의 모회사인 아디탸 비를라 그룹은 최근 시멘트 화학 통신 금융서비스 등의 업종에 걸쳐 사세를 급속히 확장하고 있는 인도 굴지의 대기업. 쿠라르 망갈람 비를라 회장은 이날 “노벨리스 인수는 다양한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기반을 구축하려는 우리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엔 인도계 영국기업인 미탈스틸이 프랑스 아르셀로를 383억달러에 인수, 세계1위의 초대형 공룡 철강사로 거듭났다. 타타그룹 계열사인 타타스틸도 자산 규모가 4배나 큰 코러스를 인수, 철강업계 순위가 세계 5위까지 50단계나 급상승했다. 타타그룹은 2004년 대우상용차를 사 들여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은 회사로 지난해엔 미국 건강음료 업체인 글락소의 지분 30%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인도 기업 닥터 레디스가 독일 제약사 베타팜을, 수즈론 에너지가 벨기에 이브홀딩스를 M&A했고, 비디오콘은 우리나라의 대우일렉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최근 “인도 기업들이 북미나 유럽의 고비용 구조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기업들을 주요 M&A 타깃으로 삼고 있다”며 “특히 연간 9% 안팎의 경제 성장률을 뒷받침하기 위한 기초 소재 및 해외 에너지 자산 투자 부문에서 활발한 M&A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런던 딜로직홀딩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기업의 국경간 M&A 실적은 71억7,000만달러로 2005년(44억달러)의 두배에 육박했고, 올해 실적은 2월 초순까지 발표된 건만으로도 이미 지난해 총액을 초과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글로벌 M&A를 위한 인도 기업의 자금 여건은 저금리의 금융기관 대출이나 증시조달 등 어느 면으로 봐도 매우 좋은 편”이라며 “향후 수 개월간 인도 기업의 글로벌 M&A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임경성 포스코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인도 기업인은 영어가 능통할 뿐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그 속에서 협상력을 키워온 여러 강점들을 갖고 있다”며 “글로벌 감각과 금융 부문 경쟁력까지 가세해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 M&A 시장의 강자가 군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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