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흰머리가 늘었다. 땅이 꺼질 듯 내뱉는 장탄식에 고개를 떨구는 일도 잦아졌다. 열혈남아 허재는 온데 간데 없고, 체념한 듯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은 안쓰러울 뿐이다.
현역 시절 ‘농구대통령’으로 군림했던 전주 KCC의 허재 감독이 감독 생활 2년 만에 반복하고 있는 일상이다. 책임을 통감하느라 밥도 넘어가지 않고 잠도 제대로 청하지 못한다.
허 감독은 농구를 시작한 이후 ‘꼴찌’가 뭔지 몰랐다. 현역 시절 ‘농구대통령’으로 군림하며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서 승승장구 했었다. 지난 2001~02 원주 TG삼보(현 원주 동부) 시절 9위로 내려앉은 적이 있었지만 이듬해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만회했다. 적어도 ‘허재’가 있는 팀에게 ‘꼴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허 감독은 11일 경기 전 감독실 대신 구단 버스에 앉아 상념에 잠겼다. 최하위임에도 ‘스타 감독’과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이어갔지만 최근엔 기자들의 방문마저 뜸한 탓에 두문불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또 졌다. KCC는 이날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구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극심한 공격력 저하에 신음하며 64-86으로 패했다. 총체적인 난국에 퇴출이 결정된 용병 타이론 그랜트마저 출전하지 않아 승패는 불 보듯 뻔했다. 최근 8연패. 올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최다 연패를 이미 전날 부산 KTF전에서 갈아치웠고, 승률은 3할 밑(12승29패)으로 떨어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이다.
한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창원 LG가 박지현(16점ㆍ8어시스트ㆍ5리바운드)의 활약을 앞세워 서울 SK를 103-92로 제압하고 2위 KTF와의 승차를 3경기차로 좁혔다. SK전 5연패 끝. 인천에서는 4위 서울 삼성이 인천 전자랜드를 68-66으로 이기고 3연승을 달렸고, 안양에서는 KT&G가 원주 동부를 75-71로 따돌렸다.
전주=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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