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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타버린 '코리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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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타버린 '코리안 드림'

입력
2007.02.1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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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억울합니다. 불쌍한 우리 오빠 살려주세요.”

‘사람답게 살고싶다’는 남매의 소박한 꿈은 끝내 물거품이 됐다. 오빠의 차디찬 주검 앞에 김금선(47ㆍ여)씨는 할 말을 잊었다. 11일 새벽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치솟은 불길은 오빠(김성난ㆍ51ㆍ사망)의 목숨도, 남매의 희망도 앗아갔다.

중국 옌볜(延邊)에서 살던 6남매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년 전. “한국에 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말만 듣고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이들의 ‘코리안 드림’은 곧 엇나가기 시작했다. 오빠는 1년 동안 여수에 있는 양식장에서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했지만 임금 1,000만원을 받지 못했다. 생계가 막막해진 오빠가 정식 절차 없이 다른 양식장을 찾은 게 화근이었다. 위장 취업으로 신고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오빠는 제발로 찾아가 조사를 받았지만 보호조치 처분이 내려져 철창 신세를 져야 했다. 20일간 노심초사하며 보호실에 갇혀 있던 오빠는 결국 이날 새벽 화마(火魔)에 스러지고 말았다. “차디찬 철창 안에서 불안에 떨던 오빠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빠가 정말 죽을 짓을 한건가요?”

1996년 취업비자로 할아버지 땅을 찾은 조선족 이모(43)씨. 온갖 일터를 떠돌며 열심히 일했지만, 턱없이 적은 노임에 돈은 모이지 않았다. 그렇게 비자 만료일이 지났고 1년 만에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는 없었다. 전국의 아파트 공사현장을 떠돌던 그의 도피생활은 지난달 9일 단속요원에게 붙잡히면서 마감됐다. 이씨는 10여년의 힘겨웠던 한국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갈 날만 기다리다 참변을 당했다.

이날 오전3시55분 전남 여수시 화장동 법무부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외국인 보호시설 3층 304호에서 일어난 화재로 김씨 등 중국인 8명과 우즈베키스탄인 웰킨(47)씨 등 9명이 숨지고 스리랑카인 등 18명이 크게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화재경보기가 작동하지 않고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아 피해가 컸다. 직원들은 화재 9분 뒤에야 소방서에 신고했고, 소방대원이 구조를 시작했을 때는 이미 상당수 수용자가 숨진 뒤였다. 경찰은 “화재 직전 중국인 김모씨가 물 묻힌 휴지로 304호의 CC(폐쇄회로)TV를 가렸다”면서 “방화 가능성을 집중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여수=박경우기자 gwpark@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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