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참사는 우리 사회의 여전한 원시성을 재삼 확인케 하는 사건이다. 어떻게 불과 2년 전 지어진 새 건물에서 일어난 30분 남짓한 화재로 그 많은 인명이 희생될 수 있는가. 도대체 얼마나 더 같은 일을 겪고, 또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을 잃어야만 우리 사회가 상식 수준에 오를 수 있을지 답답할 따름이다.
번번이 이런 사건들을 겪을 때마다 온 나라가 성토와 자성의 목소리로 들끓었지만 그냥 그랬을 뿐, 사실 우리는 그 동안 아무것도 배운 게 없음을 이번 사건은 극명하게 보여 준다.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를 비롯한 숱한 유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쇠창살, 잠겨진 철문 등으로 차단된 밀폐구조가 비상탈출을 막았고, 다중 이용시설에서는 금물인 가연성 내장재와 비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가 희생을 키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스프링클러 등 기초적인 방재 설비마저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잃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사건현장은 말이 보호시설이지, 실제 설비나 운용 실태는 수용소와 다름없었다.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나, 심지어 결혼한 한국적의 외국인 여성들에 대한 차별행위도 여전한데 불법체류나 밀입국 등 혐의로 적발돼 추방대기 중인 제3세계 국민들에게 해당 공무원들이 어떤 인식을 갖고 어떻게 대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오죽했으면 한 때 이 곳에 '수용'돼 있던 미국인이 공개적으로 모욕적인 인권실태를 고발하는 일까지 있었겠는가.
늘 그래 왔듯 이번에도 당국은 전국의 관련시설 안전 실태 등을 조사하고 개선을 위한 관리인력과 예산 확충을 요구하고 나서는등 당장 뚫린 구멍을 메우느라 호들갑을 떨 것이다.
물론 그런 조치도 의미가 있지만, 이 사건의 진짜 본질은 우리 사회 전반의 낮은 인권 의식이다. 안전 불감증이라는 것도 결국은 같은 뿌리다. 보다 근본적인 수준의 인식 전환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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