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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안산 외국인마을 침통…"남일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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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출입국관리소 화재/ 안산 외국인마을 침통…"남일 같지 않아"

입력
2007.02.1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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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고향을 떠나 주검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다니….” (조선족 김명자씨)

“잡혔어도 무사히 고국으로 떠나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스리랑카인 기리티씨)

11일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사건으로 9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외국인 노동자 밀집촌은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국경없는 거리’로 불리는 이곳에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마치 숨진 동료들과 자신의 처지가 크게 다를 게 없다면서 긴 한숨과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채 2평도 안 되는 월세 20만원짜리 단칸방에 살면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그들에게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의 참상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현실이었다.

1991년 한국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 이듬해부터 불법 체류자로 15년을 살아온 기리티(35ㆍ스리랑카)씨는 “단속으로 잡힌 것도 억울한데 불에 타 죽다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서 불법 노동자들은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다”며 “불법 체류자 신분 때문에 한국인 사장들에게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외출도 인적이 드문 늦은 밤에만 하는 우리가 살아있는 사람이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는 옛 동료가 출입국관리소 보호소에서 당한 일을 털어놨다. 동료가 한 겨울에 단속으로 잡혔는데 난로하나 없이 일주일을 넘게 보호소에서 있었으며 실컷 두들겨 맞고 스리랑카로 내쫓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친지방문으로 한국에서 들어와 있는 조선족 김명자(56ㆍ여)씨는 “가족들을 위해 전재산을 털어 고국에 왔을 텐데 돈도 벌지 못하고 저렇게 송장이 돼서 돌아가면 어떻게 하겠냐”며 안타까워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마수다(32)씨 “가족 부양 책임을 지고 있는 가장도 있을 텐데 일도 한번 시작해보지 못하고 죽음을 당했다”며 “얼굴은 본 적이 없지만 같은 나라 사람으로서 가슴 아프고 슬프다”고 전했다.

카자흐스탄 출신의 불법 체류자인 하라야스키(42)씨는 연신 술을 들이키며 “아무 것도 묻지 마라. 한국인에 속아 이 곳에서 불법체류자로 살고 있고, 한국인 때문에 동료들이 죽었다”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냈다.

길거리에서 만난 대부분의 조선족들은 인터뷰 요청에 “우리는 일하러 온 것이 아니라 놀러 왔을 뿐이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았다.

외국인노동자권익을 위한 안산이주민센터의 류성환 사무국장은 “외국인 불법 체류자에 대한 마녀 사냥식 단속이 이 같은 참상을 낳았다”며 “정부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산=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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