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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의 물줄기를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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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육의 물줄기를 바꿔야 할 때다

입력
2007.02.1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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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5년 조기유학을 떠난 초중고생은 2만명을 넘어섰다. 이제 주위에서 조기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를 보기 어렵지 않다.

조기유학은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의 외국어 습득, 학교생활의 부적응, 재능 개발 등 여러 사연이 있겠으나 교육 엑소더스라는 유행어가 말하듯이 아마도 국내 학교에서 획일적으로 강요받는 '학습의 고통'이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 획일적ㆍ추상적 교과과정으론 안된다

요즈음 고교 교과과정 개편을 놓고 교육과정심의위원이 집단사퇴하는 등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주장하는 이에 따라 입시 위주의 교육 탈피, 이공계 기피 억제 등 나름대로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한 언론사는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는 냉소적인 표현을 하였다.

과연 선진국은 고교 교과목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일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교육부는 9학년부터 12학년(중3~고3)까지 4년간 고등학교 졸업에 필요한 최소이수 교과목을 13년(동일 분야 교과목을 연 단위로 운영)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립대는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최소교과목 연수(年數)를 추가로 요구한다.

고교 정규수업시간이 통상 7시간 정도임을 감안하면 교과목 수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주는 대학진학시 학점으로 인정받는 AP(Advanced Placement) 프로그램을 고등학교에서 운영하고 있고 이는 미국의 다른 주들에도 마찬가지로 설치되어 있다.

실제 개설교과목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미시간주 소재 8만명 남짓한 주민이 거주하는 트로이 시 교육청 홈페이지를 방문해봤다. 이 교육청은 영어, 수학, 과학 등 모두 17개 분야에 약 300개 정도의 교과목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졸업 후 직장을 얻거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할 학생을 위해 회계, 재무, 마케팅 등 모두 26개 경영학 과목을 열거하고 있다.

영어도 서스펜스 소설, 영화, 토론, TV 프로덕션, 저널리즘 등을 선택과목으로 열거하여 문학, 미디어 및 출판 등에 관심이 있는 학생을 위한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심지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을 위한 ESL의 경우 ESL생물, ESL경제학 등 일반 교과목과 결합하여 개설하고 있다. 기술ㆍ가정 분야는 자동차 유지관리, 돈 관리, 인간관계 등 학생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과목으로 채워져 있다.

사회과목에 형법이 있는 것은 아마도 마약, 음주운전 등 청소년이 저지를 수 있는 범법행위에 대한 예방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 체육과목도 팀 스포츠, 기본체육활동, 인명구조와 같이 협동, 건강관리, 재난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이밖에도 최근 국내 일부 대학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우수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 조교제도, 교사와의 독립학습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방과 후 학교가 별도로 설치되어 대학진학시 필요한 특정 기술 및 지식의 습득과 직장을 가지고자 하는 학생을 위한 직업훈련을 병행하여 운영하고 있다.

● '학습의 고통' 벗어나게 하는 교육을

우리의 교과과정도 국가경쟁력, 인성교육과 같은 추상적인 목표에만 매달리지 말고 사회든 대학이든 학습의 연장선에서 학생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다원화된 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교과과정의 획일성을 지양하고 대신 다양성을 높여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자신에게 필요한 교과목을 선택하여 '학습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가 미국의 교과과정 본받기를 당장 전면시행하는 것은 여건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버려야 할 과거의 짐을 그대로 안고 갈 수는 없으며 교육의 큰 물줄기를 바꾸어야 할 때다. 그래야 교육 엑소더스와 같은 사회적 비능률이 해소되어 실제로 국가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김경수ㆍ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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