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이라고 하면 보통 글을 ‘쓰는’ 표현력으로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표현을 바르게 하려면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여야 하고, 다음은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지 바르게 사고를 해야 합니다. 논술의 시작은 이해부터 하는 것인데 자녀들의 이해력을 키우는 교육에 소홀한 면이 많습니다.
논술을 할 때 가장 먼저 필요한 실력이 이해력입니다. 문제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바르게 알아야 문제의 정확한 답을 쓸 수 있는 것이지요. 다음 논술 문제와 예시 글을 살펴보며 이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문제) 다음 제시문을 읽고 경수네 가족은 어떤 여가 생활을 할 것인지 예측해 보고, 가정에서의 바람직한 여가 생활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제시하시오.
경수네 집은 '텔레비전 안 보기'와 '컴퓨터 게임 하지 않기'를 이번 달 계획으로 정하였다. 그래서 경수를 비롯한 가족은 앞으로 한 달 동안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를 보지 않을 계획이며, 컴퓨터 게임도 일체 하지 않을 계획이다.
예1)
경수네 여가 생활은 TV를 안 보거나 컴퓨터를 하지 않고 다른 좋은 여가 생활을 즐기는 것은 좋다. 하지만 여가 생활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어서 굳이 금지까지는 가지 않는 게 좋다. 그래서 여가 생활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예2)
경수네는 가족과의 여가생활을 위해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일체 하지 않기로 하였다. 하지만 여가 생활은 자기가 즐기는 혼자의 생활이라 꼭 가족과 지낼 필요는 없다.
또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것도 여가 생활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과 여가생활을 하기 위해 억지로 텔레비전과 컴퓨터를 억지로 끊을 필요는 없다.
위의 예 1, 2를 보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을 경우 경수네 가족의 여가 생활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예측하고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바람직한 여가 생활은 어떤 것인지를 묻는 문제인데, 위의 예들은 제시문에서 텔레비전 시청과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자체를 문제 삼아 썼습니다.
이처럼 무엇을 쓰라고 하는 것인지의 이해 자체를 하지 못하면 논술하는 방향이 다르게 진행됩니다. 위의 예는 6학년 아이들이 쓴 것이며, 위와 같이 쓰는 아이들이 종종 있습니다.
이해력을 기를 수 없는 경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학습을 시킬 때입니다. ‘선행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학년의 학습을 미리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학습을 할 때는 보통 짧은 시간에 많은 학습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글의 주제를 찾는다든지, 내용과 관계된 문제를 이해할 시간이 적습니다.
따라서 교과서에 있는 문제나 참고서에 있는 문제의 답을 알게 하는 암기 위주의 학습이 되기 쉬우며, 이런 학습은 이해력과 사고력 증진의 효과는 거의 없는 것입니다.
주제를 찾는 학습을 할 때 선행 학습을 하고 온 아이는 답을 이미 알기에 써 놓고 앉아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주제를 쓴 아이가 스스로 그 주제를 찾는 학습을 통하여 알아냈는가하는 것입니다.
국어과와 수학과의 이해력과 사고력을 신장시키려면 이해하고 사고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스스로 찾아내게 하는 학습이어야 합니다. 많은 양의 암기 학습을 하기보다는 주제 하나를 찾는 수업을 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아이들 스스로 주제를 찾는 학습을 하는 편이 자녀의 이해력을 기를 수 학습인 것입니다.
다음은 위의 문제를 바르게 이해하여 쓴 예시문입니다.
요즈음 아이들을 보면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등 혼자 여가 생활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 게임이나 텔레비전 시청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 독서, 운동 등의 좋은 여가 생활을 갖지 못하고 있다.
제시문의 경수네는 컴퓨터 게임과 텔레비전 시청을 많이 하며 여가 시간을 많이 보냈을 것이고 그로 인해 가족들과의 대화가 부족하여 가족 간의 친근감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경수네는 독서와 운동을 많이 하여 지식도 쌓고 그 동안 집에만 있어서 쌓인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 수 있을 것이다.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면 그동안 바쁜 시간들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가족들 간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점이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 같은 여가생활에서는 얻을 수 없는 장점이다. 지금까지의 드물었던 가족 간의 대화도 많아지고 관계도 좋아질 것이다. 그리고 여가시간을 잘 활용해서 평소의 생활도 달라질 것이며 지금까지의 생활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가정에서의 바람직한 여가 생활은 가족이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는 여가 생활이어야 한다. 배드민턴, 조깅 등의 운동을 함께 한다든지 뮤지컬이나 오페라를 보는 등의 여가 생활을 해야 한다. (6학년 학생의 글을 줄여서 게재한 것임)
/소진권ㆍ초등논술전문가ㆍ서울 금성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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