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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자살… 연예계 베르테르 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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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자살… 연예계 베르테르 신드롬?

입력
2007.02.11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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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탤런트 정다빈(27ㆍ본명 정혜선)씨가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수 유니(26ㆍ본명 허윤)씨가 자살한 지 한 달도 안 돼 나온 정씨 사망 소식에 연예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연예인들의 자살이 잇따르면서 유행처럼 자살이 번지는 ‘베르테르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씨는 10일 오전 7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L빌라 2층 이모(22)씨의 원룸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9일 밤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새벽 남자 친구인 이씨 집에 도착, 욕실 수건걸이에 목욕용 타월로 목을 맸다. 정씨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마침> 이라는 제목으로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경찰은 유족과 정씨 소속사의 “자살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에 따라 압수수색영장을 신청, 12, 13일께 사인 규명을 위한 부검을 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 차원일 뿐, 자살이 아니라는 의혹 때문에 부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잇따른 연예인 자살, 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와 <형수님은 열 아홉> 에 출연한 정씨의 해맑은 이미지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실제 정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마냥 밝고 명랑해 언제나 주위 분위기를 띄워주던 아이”로 인식될 만큼 구김살이 없는 성품이었다. 그런 정씨가 돌이킬 수 없는 극단의 길을 택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연예계 전문가들은 첫 번째 이유로 인기 하락에 따른 강박감을 꼽았다. 정씨는 2000년 SBS시트콤 <돈.com> 으로 데뷔, MBC시트콤 <논스톱3> 와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를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영화 <그 놈은 멋있었다> 등 후속작의 흥행 실패로 인기는 가라앉았고 긴 공백기가 계속됐다.

연예인들이 인기 하락으로 겪는 스트레스는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넘어선다. 한 중견 배우는 “잠깐의 화려함을 제외하면 연예인들의 삶은 좌절과 절망의 연속”이라며 “캐스팅이나 인기 문제로 자살을 생각하지 않은 연예인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에 대한 강박감은 톱스타들도 예외가 아니다.

인기를 얻는 순간 ‘프라이버시 제로’의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도 숙명이다. 연예인들은 인기를 얻고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겉과 속을 대중에게 ‘까발려야’ 한다. 연예인의 가족사와 연애 편력, 심지어는 성형수술 내력까지 공개하는 토크쇼 형태의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연예인들의 사적인 공간은 더욱 좁아졌다.

최근엔 인터넷의 ‘악플(악성 댓글)’이 새로운 흉기가 됐다. 술자리 안줏감에 불과하던 연예인 ‘뒷담화’가 인터넷 보급으로 종종 연예인들에게 치명상을 안긴다. 정씨 역시 “공백기간 중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악플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베르테르 효과’ 나타날까

일부에선 연예인들의 잇따른 자살을 ‘베르테르 효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베르테르 효과란 사랑의 실패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내용의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 18세기 출간된 뒤 많은 젊은이들이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와 자신을 동일시해 모방 자살을 시도했던 데서 나온 말이다.

일본에선 1998년 록그룹 ‘X재팬’의 기타리스트가 자살한 뒤 여성팬들이 줄지어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국내에서도 2005년 2월 이은주씨의 자살 직후 한 달 동안 자살자 수가 하루 평균 0.84명에서 2.13명으로 늘었다.

삼성서울병원 윤세창 교수(정신과)는 “유명인들의 자살은 일반인들이 자신의 자살을 합리화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며 “죽음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방자살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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