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중 한 명은 머리가 멍해지거나 나태해질 때마다 고등학교 때 보던 수학 정석을 펴고 열심히 문제를 푼다고 한다. 또 다른 친구는 맨투맨 같은 영문법 책을 보며 문장 전체를 통째로 외우는 일을 한다고 한다.
나는 그냥 멍하니 저 공식, E = MC²을 생각한다. 그러면 가슴이 차분해진다. E = MC². 모두가 잘 아는 상대성 원리이다. 아인슈타인의 저 원리에 따르면,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신문 한 장에는 지구를 단숨에 날려버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힘이 숨어 있다고 한다.
인체에 전혀 해가 없는 섬유질과 잉크의 혼합물인 이 신문에, C²에 해당하는 속도(그러니까 448,900,000,000,000,000mph 되겠다)만 가해진다면, 신문은 더 이상 종이가 아닌 인류 최후의 폭탄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 말인즉슨, 지금 이 신문이 신문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종이 자신의 에너지를 감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에너지를 숨기고 있는 신문.
그게 어디 신문 뿐이랴. 담배도, 비디오도,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비등점에 도달만 한다면, 누구나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분출해낼 수 있다. 그러니, 어찌 차분해지지 않을 수 있나. 세상의 모든 공식들은 때론 사람들에게 겸손의 미덕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소설가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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