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출입국사무소 화재는 미숙한 초기대응과 부실한 소방설비 유지관리가 빚어낸 참사였다. 더구나 수용시설이 쇠창살로 막혀있었던 데다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다.
11일 여수소방서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55분께 불이 났을 당시 3층 경비근무자가 2층 경비과 사무실로 내려와 화재를 알리고 당직 근무자 1명과 함께 소화기만 들고 3층 현장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들은 쇠창살로 가로막힌 보호실 문을 열 열쇠를 가지고 올라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2층으로 다시 내려와 보호실 열쇠를 가지고 올라갔지만 이미 유독가스와 불길로 가득 찬 304~306호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수용시설은 4층 건물로 직원 사무실(1ㆍ2층)과 외국인 수용시설(3ㆍ4층)로 나뉘어 있으며 수용시설은 불법 체류자들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쇠창살로 분리돼 있다. 화재 당시 관리사무소에는 내부에 5명, 외부에 4명 등 9명이 근무하고 있었지만 내부 근무자 2명은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한 304호 수용자 A(39ㆍ사망)씨가 화장지에 물을 적셔 폐쇄회로(CC)TV를 수 차례 가리는 등 미심쩍은 행동을 했는데도 직원들이 제지나 점검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 경보기가 작동하지 않은 것도 대형 인명피해를 불렀다. 특히 화재 당시 화재경보기의 경보음이 울리지 않도록 1층 화재 발생수신기의 경종버튼이 조작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
화재발생수신기 설치업체인 그린소방㈜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정기점검 당시 화재 수신기의 경종버튼 등은 정상이었다”며 “화재 당시 화재 경보음이 울리지 않은 것은 누군가가 오작동을 우려해 경종버튼을 미리 눌러 놓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화재 수신기가 뭔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기기를 조작하겠느냐”며 “화재수신기 경종버튼 조작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는 신축한 지 2년 밖에 안됐지만 소방법상 설치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은 데다 수용시설 방 바닥에 보온을 위해 깔아 둔 우레탄 매트와 담요 등이 불에 타면서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수=김종구기자 sori@hk.co.kr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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