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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경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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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전경련 회장

입력
2007.02.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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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군사정부는 내로라 하는 기업인 모두를 부정축재자로 구금하고, 전재산을 헌납한다는 각서까지 받았다.

일본에 머무는 바람에 화를 피한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군부의 종용으로 마지못해 귀국하면서 감옥행을 각오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린 것은 박정희와의 독대였다. 이 회장은 군사정부의 성패는 경제부흥에 달렸고, 그러려면 부정축재자로 몰린 기업인이 앞장서야 한다고 설득했다.

기업인은 풀려났고, 이 회장은 약속대로 기업인 모임을 결성해 박 정권의 경제개발 드라이브에 전위대로 나서게 된다. 이 단체가 오늘날 전국경제인연합회다.

▦ '재계의 총수'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전경련 회장은 국내 대기업과 기업인을 대표하는 영광된 자리다. 동아제약 출신의 강신호 회장이 맡게 되자 '제약업계의 영광'이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수시로 대통령과 장관들을 만날 수 있기에 과거에는 은밀한 특혜를 받거나 기업의 보호막으로 활용가치도 높았다. 동시에 가시방석 같은 자리이기도 하다. 재계를 대변해 정부와 각을 세우다 보면 뜻하지 않은 화를 입기도 한다. 소신이 강했던 최종현 회장은 정부를 공격하다가 세무조사까지 받았다. 새 정권에서 재벌개혁의 구호가 드높아지면 1차 타깃이 된다.

▦ 12명의 역대 회장 가운데 최장수한 이는 1977년부터 임기 2년을 5번 연임한 정주영 회장이었다. 이 시기는 여의도에 회관을 짓고, 내부 조직도 체계화하는 등 전경련의 전성기였다.

정 회장은 신군부의 서슬이 퍼렇던 80년대 말 기업 통폐합 움직임에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공개 비판할 만큼 뚝심이 대단했다. 98년까지 5년간 재임한 최종현 회장은 경제 전반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대안 제시를 통해 전경련을 정상궤도에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97년 폐암수술을 받고도 타계 직전까지 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애착이 남달랐다.

▦ 강신호 회장의 연임 포기로 회장 자리가 다시 비었다. '재벌 총수들의 사교클럽'이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전경련의 위상이 추락한 상황에서 과연 어떤 회장이 등장할지 관심이 뜨겁다. 명예 못지않은 위험과 자기희생이 따르기에 내심은 끌려도 선뜻 나서기 어려운 자리다.

나라의 운명이 이제는 정부가 아니라 기업에 달려 있다고 본다면, 이번 회장 선출은 대통령 선거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 기업의 이해를 초월해서 국가 경제의 비전과 미래 희망을 제시할 수 있는 진정한 '재계 총수'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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