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민생경제회담'은 예상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의견을 같이 한 대목이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대립적인 사이의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정치의 궁극적 본분은 결국 민생 문제다. "민생 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당연한 합의가 새삼스럽게 들리는 것은 현실이 그렇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거론된 민생 법안들이 순탄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가 이끌고 뒷받침해야 한다.
논의된 내용들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서민 부동산대책, 국민연금 개혁, 노인수발 보험, 대학 등록금, 지방 활성화 대책, 빈곤층을 위한 제도 마련 등을 놓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대화를 나누었다. 사법개혁 및 사학법에 대해서도 의견이 오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성사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합의된 것은 실행돼야 한다. 대통령은 여당을 상대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고, 한나라당 역시 주도할 것은 주도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회담이 회담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국회의 세력 분포는 간단치 않다.
30명의 의원이 탈당하는 바람에 열린우리당은 소수 여당이 된 처지다. 한나라당이 제1당이긴 하나 국회는 사실상 다당제의 체제로 돌아가게 돼 있다. 탈당 의원들이 새로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면 존재 과시를 위해서라도 별도의 목소리를 낼 소지가 크다. 그러나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이 민생회담으로 명명된 사정을 생각한다면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두 사람은 개헌과 선거 중립 문제를 논의하면서 대립했으나 정면 충돌은 피해 간 모습이다. 다만 우리로서는 대통령으로서의 정치 행위를 굳이 고집하고, 개헌 발의를 강행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을 재확인하게 된 데 대해 우려하게 된다.
노 대통령은 대선 중립의지를 보다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또 국회에서 부결될 것이 뻔한 개헌 발의는 지금이라도 포기할 것을 국민이 원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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