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9일 개헌에 대한 여론의 냉담한 분위기를 ‘침묵의 카르텔’이라고 비난했다. 개헌 여론환기를 위해 정치, 헌법, 공법학회 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다.
노 대통령은 현 국면을 “이 나라 정치 엘리트, 자기들끼리 전부 담합해 이 시기에 (개헌이) 필요한지 안 한지에 대해 논의조차 덮어버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흔히 쓰는 말로 침묵의 카르텔이라고 하는데, 다 덮어버리니까 반대동맹이 있고 방관의 동맹이 있고 나머지는 없는 것 같다”며 “참 어려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노 대통령은 물러서는 일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지금 정치엘리트를 국민대중에게 고발하는 형태의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헌토론을 아예 외면해버리는 한나라당은 물론 비우호적인 언론에 맞서 국민을 상대로 직접 개헌을 호소하겠다는 말이다.
노 대통령은 또“언론이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아무리 옳은 애기를 해도 안 쓰고, 맘에 들면 가치가 있든 없든 받아써버리는 이런 척박한 언론풍토에 대해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숫자로 안되니 옳아도, 필요함에도 제기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토론은 무슨 소용이 있고 국회는 토론의 장으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막상 국내에서 정치를 보면 숨막힌다는 느낌을 받고, 나만 이런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고 상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도 또 우리를 보면서 그렇게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서로 쳐다보고 숨막힌다고 생각하고, 그러면서 대화의 물꼬는 열지 못하는 게 현실이고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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