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4주년과 IMF 10년 특별사면'이 단행됐다.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 명분으로 전체 사면대상 434명에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경제인 160명을 포함시켰다.
이 가운데 109명이 중소기업인과 영세상공인이고, 경제단체가 사면을 요청한 59명 중 42명이 특사 혜택을 받았다. 반면 설왕설래하던 대통령 측근 정ㆍ재계 인사는 빠졌다. 분별없는 사면권 남용이라는 비판 소지를 그나마 줄인 것이 여느 때와 다른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 사면이 경제 살리기와 국민통합에 실제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IMF 사태로 부득이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이 다시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도록 돕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분식회계와 횡령, 불법정치자금 사건에 연루된 재벌총수를 비롯해 굵직한 기업관계자 수십 명을 풀어준 것은 명분과 기대효과가 모호하다. 더러 국가경제와 국익에 긴요한 역할을 기대할 만한 이도 있지만, 상당수는 기업 차원의 회생이 어려워 경제계를 배려하는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지난 정권 인사가 중심인 정치인ㆍ공직자 사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개중에는 고령과 건강을 배려해야 할 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정경유착 비리의 주역들을 경제 살리기 사면에 슬며시 끼워넣은 인상이다.
특히 그 면면은 과거에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국민통합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야당이 경제와 정치를 어지럽힌 이들을 사면한 정치적 의도를 비난하는 것이 공연한 시비는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따지는 것은 이제 지겨울 정도다. 고유 권한을 자제하기 어렵다면, 명분과 실질을 엇비슷하게 맞추는 성의라도 보여야 한다.
온전히 경제 살리기를 위한다면 기본이 건전한 경제인만 선별해야 하고, 국민통합 명분이라면 노사분쟁 등 사회적 갈등의 희생자를 폭 넓게 배려해야 옳다. '참여정부 4주년ㆍIMF 10년 특사'라는 긴 명칭이 듣기 어색한 것은 이런 당위를 외면한 때문이다. 차라리 그냥 '3ㆍ1절 특사'라고 했으면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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