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인잡지 ‘플레이 보이’ 모델 출신 여배우 안나 니콜 스미스(39ㆍ사진)가 8일 숨졌다. 스미스는 이날 투숙 중이던 미 플로리다주 세미놀 하드록 호텔 객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사망원인을 놓고 약물중독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은 9일 부검을 해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로 했다.
스미스의 길지 않은 삶은 비극으로 끝난 현대판 신데렐라와 같다. 그는 1967년 텍사스 휴스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이혼한 모친 밑에서 자란 그는 학교폭력 문제로 고교에서 퇴학된 이후 식당 종업원, 클럽 스트립 댄서를 전전하다 16세에 잠시 결혼해 아들까지 낳았다.
이 시골 아가씨를 스타덤에 올린 것은 청바지 ‘게스(GUESS)’의 광고와 92년 ‘플레이 보이’의 모델 데뷔였다.
금발에 ‘마릴린 몬로’를 연상시키는 그의 얼굴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소녀 같은 작은 목소리와 큰 가슴을 살짝 드러내는 옷차림, 과장된 몸짓은 매력을 더했다. 그는 영화 ‘LA 커넥션’ ‘총알탄 사나이 33 1/3’ ‘스카이 러너’ 등에 출연해 백치미 연기를 하기도 했다.
스미스는 94년 당시 89세의 텍사스 석유재벌 하워드 마셜과 결혼하면서 부와 명성을 한꺼번에 쥐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후 그의 삶은 파란의 연속이었다. 신데렐라의 삶은 더 이상 계속되지 못했다.
마셜이 결혼 14개월 만에 사망하면서 스미스는 유산상속을 놓고 마셜의 가족들과 죽기 전까지 소송을 계속 해야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딸을 출산한 자신을 찾아 병원에 온 아들이 갑자기 숨지면서 최근까지 정신이상에 시달렸다.
아들 사망을 놓고 떠돈 약물과다 복용, 자살, 타살 등 각종 소문도 그를 괴롭혔다. 5개월 된 딸은 두 남성이 서로 아버지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친부확인 DNA 검사까지 받았다.
90년대 후반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진 스미스는 2002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복귀해 명성을 되찾는 듯했다. 2005년에는 스타 칼럼니스트로 선정되고, 최근에는 31kg의 체중감량에 성공하면서 다이어트 관련 업체인 ‘트림스파’의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체중감소가 약물이나 알코올에 의존한 것이며, 죽음도 이와 관련돼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스미스의 전 변호사 레너드 리드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그의 인생은 고달픈 삶이었다”고 회고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