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3단계 6자회담에서 경수로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등이 의제에서 사라진 이유는 뭘까. 베이징(北京) 회담장 주변에서는 북한의 달라진 태도가 화제가 되고 있다.
8일 기조연설에서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과거 6자회담 때마다 논란을 일으켰던 경수로와 BDA 문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북한이 뭔가 성과를 갖고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북한 왜 난제 언급 피하나
북한이 경수로, BDA 등 난제에 대해 언급을 피하는 것은 이번 회담에서는 핵폐기 초기 단계 조치 논의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경수로의 경우 초기 핵 동결, 시설 폐쇄를 논의하는 이번 회담 주제에서 벗어난 미래의 문제다. 당장 에너지 확보가 급한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이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경수로 논의를 이번에 꺼낼 경우 시간만 허비할 수 있다고 우려한 듯 하다.
따라서 경수로는 2단계 핵폐기 문제를 논의할 차기 회담에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북미 갈등의 최대 원인이었던 BDA 문제도 수면 아래로 잠복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9일 “지난달 북미 베를린회동에서 BDA 북한계좌 52개 중 대량살상무기(WMD)나 화폐 위조 의혹 관련 계좌를 제외하고 합법적인 계좌에 대해서는 동결을 해제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신문은 “북한은 ‘해제된 자금을 신용이 높은 은행에 옮겨 식량, 농업기계 등의 수입에 한정해 사용하겠다’고 미국에 제안했다”고 전해 북미 양측이 일정 부분 절충점을 찾았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BDA 문제를 계속 제기할 필요성이 사라진 셈이다.
대북 적대정책 철회 요구의 의미
북한은 대신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를 또다시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측 입장을 반영하는 조선신보는 북한 회담 대표단을 인용, “미국의 적대시정책 포기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확인돼야 (북한은) 상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BDA문제 등에서 성의를 보여야 핵폐기 논의도 진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엄포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보여줄 만한 또 다른 조치로는 북한 불침공 의사 표명, 테러리스트 지원국가 명단 제외, 경제제재 해제, 정전체제 종료, 북미간 국교 수립 등이 꼽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치가 이번 회담에서 결론을 내기 어려운 장기 과제다. 따라서 중국이 제안한 ▦북미관계 정상화 ▦동북아 안보협력 워킹그룹이 가동되면 이 자리에서 구체적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합의문 서문에 미국의 불침공 의사, 관계정상화 의지 등 포괄적인 적대정책 철회 의사를 담아 북한을 달래고 향후 회담에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수순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북한의 적대정책 철회 요구는 대내적으로 군부나 강경세력을 무마하기 위한 엄포 성격이 강하고,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위한 명분을 달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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