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올림픽공원 공연에서 음악 팬들을 열광시켰던 에릭 클랩튼은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수여받았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 코미디언 밥 호프, 영화배우 숀 코너리, 안소니 홉킨스, 벤 킹슬리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여전히 대중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연예인들의 위상은 어떤가. 조선시대 이들은 '광대'로 천시되고, 그 후에도 이른바 '딴따라' 직업군으로 멸시됐다. 그러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1980년대 이후 TV 등 매스미디어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은 대중문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더불어 서민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돈을 버는 이른바 '밀리언 달러 박스'가 됐다.
● 문화산업 주역, 국가적 보호를
여기에 최근 한류 바람까지 불면서 일부 연예인들은 어엿한 사업가로 변신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것은 분명 연예계의 화려한 빛이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그 이면에는 아직도 조직폭력배들로부터의 끊임없는 협박, 공갈, 폭행과 질 나쁜 매니저나 기획사 등으로부터의 이중계약이나 출연강요 등 착취, 일부 정치인들과의 강요된 유착, 성폭행의 위협 등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최근 언론에 크게 보도돼 국민적 관심사가 된 영화배우 권상우씨 사건은 이런 그림자의 한 단면일 뿐이다.
많은 국민들은 이번 사건을 보면서 궁금해 한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왜 권씨 같은 특급 배우가 조직폭력배에게 협박을 당해왔을까. 연예계에 기생하는 조직폭력배 문제는 왜 근절되지 않는 것일까.
90년대까지만 해도 대부분 연예인들의 삶의 무대는 이른바 밤무대였다. 그런데 이 밤의 무대는 조직폭력배에 의해 장악되거나 연계된 그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조폭은 태생적으로 음습하고 그늘진 곳을 좋아하는 곰팡이 같은 존재인데, 유흥업소가 바로 그런 곳이기 때문이다.
한때 그들은 서울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몇몇 유흥업소의 업주를 대부로 하여 그 밑에서 상생하는 한 식구였다. 이들의 힘으로 무명 연예인이 유명인으로 성장하고 조폭들은 이들의 이권을 보호하거나 범죄를 은닉하는 전위대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 어떤 연예인이 유명해지면 이들과 더부살이했던 조폭 출신이 매니저 또는 기획사 사장이 되어 관계를 지속했다. 자연 이들의 계약은 불평등계약이 될 수밖에 없었고, 계약에도 없는 이중출연이나 억지출연이 다반사가 됐다.
그러나 이제 대다수 연예인들은 유흥업소 업주나 매니저의 힘에 의해 인기를 얻거나 유명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끼와 기에 의해 성장하고 있다. 방송이나 각종 이벤트의 출연료, 광고모델료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거금이 되었다.
한류는 또 어떤가, 그야말로 잘 준비된 기획사와 훌륭한 연예인의 재능이 어우러져 대박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배용준과 보아가 벌어들이는 돈은 웬만한 중소기업의 수익을 능가한다. 이들이 돈만 버는가. 아니다.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유명 연예인이 미국 동부 어느 도시에서 공연을 했다.
스포츠 못지않게 국가이미지 제고와 현지 교민들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음을 목격했다. 이제 연예인들은 문화산업의 주역인 것이다. '딴따라 사업'이 아니다. 반도체 자동차 철강산업 못지않게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되어야 한다.
● 정치인들과의 유착도 사라져야
차제에 사법기관은 피해 연예인들의 신고나 고소가 있고서야 비로소 수사를 시작하는 구태를 자성하고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권상우씨 사건이 그냥 일회성으로 지나가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는 공권력을 동원해서 이들을 보호하고 그들이 마음놓고 문화산업의 역군이 되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 정치인들도 반성해야 한다. 조직폭력배들이 운영하거나 연계된 유흥업소에 더 이상 그들의 직함이 붙은 회환이 놓여서는 안된다.
무슨무슨 창당대회니 후원회니 하는 정치행사에 연예인들을 억지 동원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권상우씨 사건을 계기로 이 땅에 다시는 연예인과 조직폭력배 그리고 정치인이 유착되거나 얽히는 사건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함승희 전 의원ㆍ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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