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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고대총장 '깜짝카드'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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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고대총장 '깜짝카드' 성공할까

입력
2007.02.09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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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표절과 사퇴 논란에 휩싸인 이필상 고려대 총장이 9일 전체 교수 신임 투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교수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켜 온 사퇴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단 이사회도 이날 논문 표절 여부와 이 총장의 거취를 결정하기 위해 회의를 열었으나 “논문 표절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렵다”고 판단을 유보했다. 이사회는 “신임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논문 표절 등에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내 외에서는 “갈등의 조속한 봉합을 위한 최선의 선택”“재단 측이 이 총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교수의회에 이어 재단 이사회까지 학문 윤리 문제를 다수결 투표에 떠넘기려 하는 것”이라는 등 의견이 엇갈리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총장은 이날 전체 교수회의에서 “각종 논란을 종식시키고 하루 빨리 학내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1,200여명 교수 전체의 의견을 묻겠다”며 “투표자의 과반수가 불신임하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논문을 표절했다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내외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총장의 진퇴 문제를 구성원의 총의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장은 재단 측과의 사전 교감 여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개인 차원의 판단”이라고 못박았다. 투표는 13, 14일 전자투표로 진행되며 투표 및 개표 관리는 어윤대 전 총장 시절 임명된 김병호(재료공학과) 교원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주관한다.

신임투표 카드 어떻게 나왔을까

이 총장의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재단 이사회가 이날 오후 예정된 마당에 돌연 신임 투표를 들고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이 총장 측근들은 “우리도 전혀 몰랐다”며 ‘고독한 결단’임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총장직을 유지한다 해도 ‘표절 총장’이라는 낙인이 붙어 절름발이 행보를 하는 게 아니냐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총장 재신임 투표 국면을 조성, 정당성을 회복하겠다는 단안을 내린 것 같다는 분석이다.

이사회의 의중을 헤아린 결단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총장과 그의 유임을 바라는 이사회가 일거에 총장의 ‘파워’를 회복할 방안으로 투표를 내놓았다는 관측이다. 이사회가 이날 사실상 이 총장의 손을 들어준 만큼 사태 진정을 바라는 중간파 교수들이 이 총장에게 표를 몰아줘 높은 지지율로 투표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단은 이날 오후6시부터 5시간 여에 걸친 격론을 벌였지만 논문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현승종 이사장은 7일 “9일 중 결론을 낼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이날 이사회 회의에서는 교내 갈등이 격화되면서 일단 투표 결과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논문 표절이라는 윤리 문제를 다수결 결정하라는 것은 학문의 보루인 대학의 정체성을 의심케 하는 결정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엇갈린 학내 반응과 투표의 향방

학내 의견은 분분하다. 500여명의 교수가 참석한 전체 교수회의에서는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한 교수는 “학교가 너무 많은 상처를 입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라며 이 총장을 두둔했다.

반면 “교수회의 참석자 대부분은 이 총장 지지자”라며 ‘본질을 흐리는 정치 공세’로 폄하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교수의회 총무인 하종호(철학) 교수는 “이사회가 불리한 결정을 낼 것 같아 내민 카드”라고 비판했다.

전례가 없는 신임 투표라는 점에서 절차상 문제나 투표 참여율 문제 등을 제기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 총장측도 “총장으로서 지도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여론조사의 성격”이라며 투표 참여율 높이기에 고심하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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