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다음달 8일부터 14일까지 브라질 우루과이 콜롬비아 과테말라 멕시코 5개국을 순방키로 함으로써 좌파 지도자들의 출현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뒷마당’ 중남미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순방 계획을 발표한 뒤 “이번 순방에서 부시 대통령은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다짐을 강조하고 자유, 번영, 사회적 정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고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노 대변인은 이어 “보건, 교육, 경제적 기회 등의 분야에서 민주주의의 혜택을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적인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반미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이른바 ‘남미 좌파 벨트’에 대해 부시 대통령의 독트린인 ‘민주주의의 확산’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순방은 핵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지난달 남미를 방문해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 볼리비아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 니카라과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 에콰도르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등 좌파 지도자를 두루 만나며 ‘휘젓고’다닌지 두 달여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당시 베네수엘라_이란 정상회담에서는 “양국의 동맹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미국의 제국주의에서 벗어난 힘의 중심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특히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부시 대통령의 브라질 방문에 앞서 미국이 유력한 대체 에너지의 하나인 에탄올의 대량생산과 공동연구를 통해 브라질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뜻을 강력히 밝힌 데에는 석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와 이란 등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브라질을 방문중인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차관이 8일 “양국간 전략적 협력의 목적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에탄올 소비시장을 창출함으로써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는 것”이라고 말한 데서도 이런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밖에 부시 대통령은 콜롬비아에서는 주민생활 개선 및 마약 테러리즘에 대한 대처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마지막 방문국인 멕시코에서는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의 가난 퇴치, 소득불균형 해소, 법질서 회복 노력 등에 지지를 표명하는 한편 양국의 경제관계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을 통한 미국 밀입국 문제에 대해 멕시코측의 협조를 확보함으로써 미국내 ‘반 이민’정서를 완화하고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는 것이 미 언론들의 시각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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