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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삼성을 보는 두 가지 시각

입력
2007.02.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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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세계 최고의 기업이죠. 우리 민족이 이만한 기업을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삼성은 정말 나라의 보배라고 생각해요."

<시사저널> 편집국장을 지낸 소설가 김훈이 후배들의 천막농성장을 찾아 격려하면서 한 얘기다. 말이 매운 그로서는 대단한 상찬(賞讚)이다. <시사저널> 분규는 삼성 기사를 통째로 빼고 직장을 폐쇄한 그 경영진과의 문제지만, 어쨌든 원인(遠因)은 삼성이다.

당연히 삼성도 원망스러울 자리에서 '영원한 국장'으로 존경하는 선배의 말을 수긍할 수밖에 없는 후배기자들…. 우리 사회 일반이 삼성을 대하는 복잡한 정서를 압축해 시사하는 장면이다.

해외 어디서든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삼성 광고판, 세계 최고의 축구스타들 가슴에 새겨진 삼성 로고, 헐리웃 대작영화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삼성 제품들…. 가슴이 벅차 올라 감정 여린 이라면 눈시울이라도 적시게 된다.

그 뿐이랴. 수시로 삼성의 최첨단 기술개발 소식에 접할 때마다 한국이 곧 세계를 제압하고 선진국으로 치닫는 꿈에 젖는다. 국가주의적 환상으로 비판하는 이도 있지만 이 작고 고달픈 역사를 지닌 나라에서 언제 누가 이만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던가.

● 자부심의 원천이자 경원의 대상

하지만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달라진다. 많은 이들에게 삼성은 막막하고 두려우며 심하게는 '빅 브라더'처럼 느껴지는 존재다. 국가경제의 20%에 달하는 규모에, 실생활 곳곳에서 확인되는 압도적 존재감이 크지만 그 뿐만은 아니다.

사실 삼성의 사회기여도도 여타 기업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유야 어떻든 8,000억원을 선뜻 출연하고, 그늘진 곳마다 도움의 손길을 뻗치고, 당장의 수익과 관련없는 문화, 스포츠 영역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 웬만한 연예인에게도 '국민'을 갖다 붙이는데 이 정도면 가히 '국민기업'이 되기에도 남는다. 도요타나 소니가 일본의 국민기업으로 대우 받지만, 그러나 국내에선 아무도 삼성을 이렇게 부르진 않는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분규로 곤경에 처했을 때, 포스코가 외부노조에 시달렸을 때 지역주민들까지 분연히 나서 이들 기업 편을 들었다. 삼성이었어도 그랬을까? 그렇게 잘 하는데도 왜 사랑 받지 못하는지 삼성은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X파일이나 경영 승계문제 등이 있지만 보기에 따라선 우리의 오랜 관행과 풍토에서 유난한 것도 아니다.

<시사저널> 사태만 봐도 그 이유가 보인다. 문제의 기사는 삼성 내부 역학구도를 다룬 내용이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토록 민감해 할 것은 아니다. 청와대나 부처 인사 하나에도 온갖 분석과 비판이 붙는데 이 나라 최고 권력기관이 된 기업의 내부구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사자로서야 좀 민망할지 몰라도 크게 보아 기업 이미지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작은 터럭이라도 묻을까 탈탈 털어내는 결벽증과 협량함, 그게 삼성에 정을 붙이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능력 있고 깔끔하긴 한데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친구와도 같다.

● 위상에 걸맞은 열린 기업문화를

'1등 삼성'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 앞서 <시사저널> 이 다뤘다는 예찬기사는 안에선 자찬할지 몰라도 밖으로는 오히려 냉소적 역효과나 낳기 십상이다.

마음 먹으면 우리 사회 전체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에 걸맞지 않게 늘 칭찬받고 싶어 하고, 일체의 도전이나 사소한 흠결의 노출까지도 용납치 못하는 유아적 소심함을 과감히 버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지 않고는 아무리 '휴먼' 마케팅을 내세운들 빈틈없고 차가운 기계의 이미지를 떨치기 어렵다.

삼성이 진정한 세계최고 기업으로 영속하고 '국민기업'으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 그건 김훈이 또한 주문한 대로 품격과 교양을 갖춘, 그리고 인간의 모습을 한 기업으로의 변신이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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