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자로 단행되는 참여정부의 특별사면ㆍ복권은 앞서 6차례의 사면으로 사면권 남용 및 측근 살리기 비판을 받아온 탓인지 대상자 선정에 고민을 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배우 문성근씨 등 16대 대선 당시 ‘희망돼지 저금통’ 관련 선거사범을 무더기 사면하고 김대중 정부 측근, 전직 대통령 아들들도 사면 대상에 포함시켜 또 다시 정실(情實)에 치우쳤다는 비판의 여지를 남겼다.
‘경제 살리기’에 방점
160명의 경제인 사면 대상자 가운데 대기업 관련자는 51명으로 이중 오너로 분류되는 경제인은 9명이다.
올해가 외환위기 발생 10주년이 되는 해이고, 경제인들의 비리가 분식회계 및 기업 비자금 등 과거의 구조적 관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점이 사면 결정에 감안됐다.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경제활동을 재개하도록 해 주는 것이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IOC) 위원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돼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이 2005년 거액의 횡령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처리한 적이 있어 사실상 ‘이중 혜택’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고령인 점을 감안해 막판까지 검토 대상에 올랐으나 17조원의 추징금을 미납하는 등 사회여론이 좋지 않아 빠졌다.
김 전 회장이나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은 이미 두 차례 특사를 받아 ‘특사 3관왕’은 안 된다는 논리도 적용됐다.
반면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은 2005년 대선자금 관련자 특사에 이어 대한생명 인수비리 사건으로 참여정부에서 두 번 특사를 받는 기록을 세웠다. 법무부는 경제단체가 사면을 요청한 59명 중 42명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선거 공신(功臣) 대거 사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기업가로 꼽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문병욱 썬앤문그룹 회장은 후보론 거론됐으나 결국 빠졌다. 지난해 8ㆍ15 특사 때 거론됐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씨는 이번에도 사면되지 못했다.
경제살리기 사면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막고 측근 살리기 비난의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다. 법무부는 박 회장의 경우 벌금형 선고자여서 원래 사면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16대 대선 선거사범 사면 대상자 223명에 ‘희망돼지 저금통’ 관련자를 15명 가량이나 포함시켰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핵심 회원이었던 문씨는 후원금 모금용 ‘희망돼지 저금통’을 무료로 나눠주고 지지서명을 받아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 관련자들은 선거사범에 대한 피선거권 제한으로 발목이 묶이는 바람에 정권 출범 후에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해 여권에선 적지 않은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다.
DJ 정부 실세 모두 사면
정치인 가운데는 참여정부 출범 초 대북송금 및 현대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이 눈에 띈다. 법무부는 박씨의 경우 현대 비자금 150억원 수수 혐의가 대법원에서 무죄 선고된 점이 감안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씨의 경우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 때 특별감형 조치로 11월 16일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던 중 재차 은전을 받았고,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도 사면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DJ 정부와 출범초기 맺었던 구원(舊怨)을 결자해지 차원에서 풀겠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도 패키지로 묶여 사면에 포함됐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특별사면 주요 대상자
경제인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형집행면제 및 특별복권)고병우 전 동아건설산업 회장,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김석준 전 쌍용건설 대표이사, 김근무 전 한솔텔레콤 대표이사, 김태구 전 대우자동차 총괄사장, 김태형 전 한신공영 회장, 명호근 전 쌍용그룹 구조조정본부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전 두산그룹 부회장, 박영일 전 대농그룹 회장, 박창호 전 갑을그룹 회장, 백영기 전 동국무역그룹 회장, 윤재철 전한솔텔레콤 대표이사, 이수만 SM엔터프라이즈 이사,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최용선 전 한신공영 회장(형선고실효 및 특별복권)정몽훈 전 성우전자 회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특별복권)
정치인
강신성일전한나라당 의원, 권노갑전민주당고문(형집행면제) 김현철 김영삼전대통령차남, 김홍일전민주당 의원, 이호웅전열린우리당의원(형선고실효및특별복권) 김봉호전국회부의장, 서상목전한나라당 의원(특별복권)
공직자
권영해 전 안기부장, 권해옥 전 주택공사 사장,김용채 전 건교부장관(특별감형), 박지원 전문화부 장관, 심완구 전 울산시장 (형집행면제)
16대 대선사범
설훈 전 민주당 의원(형선고실효 및 특별복권),영화배우 문성근, 이상재 전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 (특별복권)
경인여대 학내 분규사범
이상권 전 경인여대 학장 직무대행(형선고실효 및 특별복권)
●특별사면
특정한 죄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일반사면과는 달리 특별사면은 특정한 사람에 한정한다.
잔여형기면제
수감 중이거나 가석방, 형집행정지 중인 사람을 대상으로 형의 집행을 종료, 만기 출소한 것으로 간주한다. 피선거권 제한 등 자격제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형선고실효
집행유예나 선고유예의 선고를 받고 그 기간중에 있는 사람에 대해 형선고의 효력을 상실하게 한다.
●특별복권
형 선고로 정지된 피선거권 등 각종 자격을 회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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