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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전집 고르기는 아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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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책이랑 놀자] 전집 고르기는 아이와 함께

입력
2007.02.09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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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도서관을 이용하는 엄마들이 종종 묻는다. “우리 아이가 집에서도 책을 좀 볼 수 있게 하고 싶은데, 전집을 사주면 어떨까요?” “어떤 출판사에서 나온 전집이 좋은가요?” 아이의 독서 교육에 절대적인 효과가 있다는 광고에 혹하고, 집요하게 설득하는 판매원에게 지쳐 수십만원 하는 돈을 냈다는 엄마들. “빠듯하지만, 어쩌겠어요.” 어쩌겠냐 한다. 자식을 위한 것인데. 다음엔 그런 식으로 책을 사지 않겠다면서도 또 사들이고 말았다는 엄마들을 보면 내심 안쓰럽기도 난다.

전집은 엄마들 하소연처럼 그 값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받는 아이는 “너 이거 다 읽어야해” 하는 엄포와 함께 던져지는 수십 권의 책을 ‘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가 ‘뼈 빠지게 번’ 돈으로, 엄마 양말 한 짝 못 사고, 어렵게 결심해 지출한 돈이었을 텐데 말이다.

처음엔 “와!”하며 달려들지 몰라도 어느 순간 그 책의 양과 무게에 눌려 부담을 갖게 된다. 우리 도서관의 한 아이는 한꺼번에 많은 양의 책을 받았을 때 ‘무서웠다’고 표현한 경우도 있었다. 또 엄마가 전집 전권의 내용을 판단하고 산 것이 아니라면, 수십 권의 책 가운데 몇 권만 좋은 책일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부분 같은 판형과 삽화 형식으로 책에 대한 아이들의 흥미도 떨어뜨리게 된다.

이런 저런 문제점을 말해 주어도 전집 구매를 놓고 엄마들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아이의 학습을 돕는다는 지식 과학책이나, 인물 이야기, 역사책 등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전집을 구입했다면, 그 몇 십 권의 책을 아이에게 한번에 불쑥 안기지 않기를 바란다. ‘비싼 돈 주고 샀다’는 자위로 엄마의 의무를 끝내는 순간부터 전집은 책장을 장식하는 소품이 되고 말 것이다.

구입한 전집을 보이지 않는 곳에 잘 보관하면서 일주일에 한 권, 혹은 한 달에 두 세권씩 ‘선물’로 주는 것이 좋겠다. 전집의 특성상 자칫 식상해졌을 그 책이 새롭게 다가갈 것이다. 책꽂이에 한 권 한 권 시리즈로 모아가는 재미도 생길 것이다. 이왕이면 전집의 번호 순서와 무관하게 아이의 궁금증, 신체 변화, 관심 있게 보는 TV 프로그램, 친구 관계 등을 그때그때 살펴 연관 있는 책들로 골라 준다면 더 좋겠다.

그러나 엄마의 책 선물이 아이에게 정말 행복한 시간이길 원한다면,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하고 싶다면, 엄마가 일방적으로 구입하는 것 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선택하는 게 좋다. 먼저 믿을만한 도서 목록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을 열어 놓고 아이와 손을 짚어가며 책을 골라본다.

그렇게 고르는 책이 아이에게 더 값지다. 엄마가 아이의 의견을 듣고 골라준 것이기에. 이왕이면 아이와 직접 서점에 가서 사는 게 제일 좋다. 그것도 한번에 ‘왕창’ 보다는 서점 가기로 약속한 날 설레는 마음으로 가서 조금씩, 그래야 소중해진다.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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