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빚고 있는 초ㆍ중등 교육과정 개정안 중 핵심 내용인 고교 필수 과목 확대가 사실상 백지화 했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늘어나고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외부 비판에 교육인적자원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과목 교사를 중심으로 필수과목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센데다 교육과정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아 파장이 예상된다.
교육인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9일 “필수 과목수를 늘리는 내용의 고교 7개 선택과목군 조정안은 물건너갔다”며 “내부 의견수렴을 거쳐 이달 중 현행 과목군 유지를 골자로 하는 교육과정 개정안을 확정 고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인문ㆍ사회과목군 등 5개 과목군으로 되어있는 선택과목군을 7개로 세분화 해 필수 과목수를 늘리려던 방침을 철회하겠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선택과목군 확대가 특정 과목 교사를 위한 대책이라는 비판과 교원 정원 문제 등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교육부는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7층 회의실에서 교육과정심의 운영위원회 2차 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집중 심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교육부가 지난달 열린 공청회를 통해 정부안으로 내놓았던 7개 과목군 조정안(1안)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안은 현행 5개 과목군(인문ㆍ사회, 과학ㆍ기술, 예ㆍ체능, 외국어, 교양)을 7개(국어ㆍ도덕ㆍ사회, 수학ㆍ과학, 기술ㆍ가정, 체육, 음악ㆍ미술, 외국어, 교양)로 늘리는 것이다. 2안은 현행대로 5개 과목군을 유지하며, 3안은 5개 선택과목군을 6개로 늘리는 내용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심의위원은 “현행 5개 선택과목군을 유지하되 학교장 재량으로 집중교육과정을 운영하는 2안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1안에 찬성한 위원은 참석 위원 23명 중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22일 3차 회의를 열어 마지막 교육과정 개정안 심의를 벌인 뒤 당정 협의 등에 이어 최종 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필수 과목을 늘리려는 교육부의 계획이 ‘없던 일’이 되더라도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필수 과목 지정과 함께 내신 반영을 주장해 온 음악ㆍ미술ㆍ체육 교사 등 특정 과목 교사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들 과목 교사는 정서ㆍ인성교육을 강화하고 과목 편중 이수 등을 막기 위해서는 필수 과목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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