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그닥 따그닥 말 발바닥과 내 발바닥은 무엇이 다를까?야규 겐이치로 글·그림 엄기원 옮김 / 한림출판사·8,000원·32쪽
엄마와 아이가 일단 맨발이 되어야 한다. 온 몸으로 읽을 작정을 하면 더 좋다. 이 책의 재미를 온전히 느끼려면 말이다.
누군가와 발바닥을 마주 대서 크기를 재 보고, 연필로 발바닥 그림을 그려 보고, 누워서 발바닥으로 손뼉도 쳐 보고…. 시작은 유아를 위한 몸 놀이 책과 비슷하다. 하지만 명색이 ‘과학은 내친구’ 시리즈인데 발바닥에 대한 고찰(?)은 필수. 손금처럼 발바닥에 수 없이 그려진 금의 구실은 뭘까. 촉감 감지와 미끄럼 방지(타이어의 올록볼록 무늬처럼)다.
갓난아기들은 모두 발허리, 즉 땅에 닿지 않는 부분이 조금도 없는 평발이라는 사실! 잘 걷는 사람일수록 대개 발허리가 넓지만, 좁다고 건강하지 않다는 건 아니란다. 친절하게도 물감을 쓱쓱 발라 찍어보는 페이지도 있다. 아이들이 장난기를 번득이며 즐거워할 만하다.
무심코 디디기만 했던 발바닥을 들여다보니 느껴지는 바가 많다. 아이들은 푸른 잔디를 밟을 때의 자유로움, 뜨겁게 달궈진 모래 위를 걷는 짜릿함이 궁금하기도 그립기도 할 테다. 발바닥을 오랜 동안 신발 속에 가둬 두면 누리기 힘든 호사라고 할까.
주말이면 부모 노릇 한다고 아이들을 이끌고 도서관으로 박물관으로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닐게 아니라 함께 맨발의 자유를 느껴보는 건 어떨지. 책을 덮고 나니 흙을 밟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가 힘들다.
박선영 기자 philo9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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