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를 하다 보면 대기 중에 다른 환자들과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복용하는 약의 종류와 가짓수 그리고 복용횟수를 비교해본 후 진료실에 들어와 의사에게 여러 가지를 묻는 환자들을 자주 본다.
“저 분도 나와 같은 고혈압 환자인데 약을 하루 한번만 복용합니다. 왜 나는 이렇게 가짓수도 더 많고 하루에 두 번이나 먹어야 되는지 설명해주세요” 등과 같은 질문이다. 어떤 환자는 질문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복용 방법을 멋대로 해석해 저녁 약을 하루 이틀 먹지 않다가 아예 끊어버리는 경우도 간혹 있다.
대부분의 약들이 그렇지만 특히 고혈압 약은 고혈압이라는 병이 다른 성인병과 함께 나타나기도 하며 혈압의 정도가 달라 환자 마다 질환의 조합 형태가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 환자 마음대로 먹는 방법을 변경했다가는 큰일이 난다.
고혈압의 목표혈압은 고혈압만 있는 경우는 140/90 mmHg 미만이다. 당뇨병과 같이 있으면 고혈압 치료의 목표혈압이 130/80 mmHg, 그리고 신부전증이 있으면 신장기능이 더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혈압의 치료 목표 또한 130/80 mmHg가 된다. 단백뇨가 하루에 1g이상이면 신장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목표혈압은 더욱 낮아져서 125/75 mmHg 미만이 된다.
또 혈압은 낮 활동 중에는 높고 밤 수면 중에는 낮아지는 등 하루 중에도 수시로 정상치가 바뀌는 특성이 있는데 고혈압과 다른 합병증이 있는 환자들에선 이런 일일변동이 없어지는 경우가 더 흔하다. 어떤 경우는 아침의 혈압이 매우 높은 조조고혈압이 있다. 조조고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저녁이나 밤에 한번 더 약물의 복용이 필요하다. 반대로 야간에 혈압이 더 높은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직장에서 근무 중일 때만 혈압이 높아지는 환자도 있다.
진단명은 다 고혈압이지만 이렇게 개인에 따라서 고혈압의 양상이 다르다. 그러므로 고혈압 약의 가짓수와 복용방법은 환자마다 달라질 수밖에 없다. 고혈압 치료도 맞춤 치료이므로 개개인 마다 다르다. 고혈압의 치료목표는 무서운 합병증, 예를 들면 뇌졸중과 협심증, 심근경색증, 신부전 등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내 몸에 맞는 약을 꾸준히 복용해 행복한 노년을 계획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대 동대문병원 심장내과 신길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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