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시작된 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는 잘 짜여진 시나리오 대로 전개되는 듯 했다.
이날 오후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회담이 시작되기 앞서 회담장 안팎에서는 주최국 중국이 회담 합의문 초안을 곧 각국에 회람시킬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술렁거렸다. 회담 시작 전 합의문 초안 얘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만큼 사전 조율이 잘돼 참가국들도 합의 도출을 낙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개막식에서 중국 수석대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은 “성과를 내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막식 직전 진행된 6자 수석대표 회의도 분위기가 괜찮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앞서 각국 대표들은 전날에 이어 참가국들과 잇따른 양자접촉을 진행했다.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수석대표와 30여분 간 만났고,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접촉했다. 우 부부장은 김 부상과 만나 중국 측 합의문 초안에 대한 북측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 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김 부상이 접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베이징 공항에 내린 김 부상은 회담 전망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우리는 핵 폐기 초기 단계 조치를 토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이 우리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적 공존으로 나오려 하느냐 여부를 기본으로 판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베를린 회동 직후 북한의 태도 변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이 변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던 김 부상이 어떤 변화된 태도를 보일지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이다.
이번 회담의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2년째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한 안정적인 식량원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식량계획(WFP) 방콕사무소 폴 리슬리 대변인은 BBC방송에 나와 “북한의 식량안보를 안정시키는 것은 6자회담과 매우 관련이 있을 것”이라며 2년째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식량난에 우려를 표명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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