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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박근혜의 '아버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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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박근혜의 '아버지 문제'

입력
2007.02.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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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경쟁에 나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바쁘게 뛰고 있다. 그는 경제 교육 등에 관한 정책구상을 잇달아 발표하고, 자문단과 지지모임 조직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출범한 한강포럼에는 3,000명 이상의 지지자들이 참여했고, 유신시절의 운동권 출신 30여명이 함께해서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이 본격적으로 대선을 향해 뛰면서 그의 이미지는 흔들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 의결 후 여론의 뭇매로 난파선처럼 흔들리는 한나라당을 구해냈던 잔다르크의 이미지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같은 당의 유력한 후보를 공격하는 그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다. 우리의 기억에 각인된 박근혜는 당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질 사람이지 같은 당의 경쟁자를 흔들어대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 진심이 담기지 않은 사과만 거듭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박 의원이 싸우는 모습에서 그의 아버지 얼굴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아버지를 닮았다"는 인상이 그에겐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박정희 시대를 찬양하는 사람일지라도 공포없이 그 시절을 돌아볼 수는 없다. 그 시절의 공포가 떠오른다면 지금까지 '잔다르크 박근혜'에게 품었던 호감을 유지하기 어렵다.

한강포럼에 참여한 운동권 출신들은 "유신독재에 항거하다가 고초를 겪었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로는 박근혜 의원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강포럼 측은 운동권 출신들의 참여를 강조했지만 그들은 조연이나 단역에 불과하다. 주인공인 박근혜가 아버지 시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극복하느냐가 본질이다.

박 의원은 며칠전에도 아버지의 공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경제대국을 이룩한 것은 세계가 알아주는 아버지의 업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에게 본의아닌 피해를 준 것에 대해서는 여러 번 사과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그가 수없이 같은 질문을 받고 수없이 같은 대답을 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는 앞으로도 같은 질문에 시달리면서 얼마나 더 사과해야 하느냐고 답답해 할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아버지 시대의 암울한 그림자를 죄없는 딸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정치공세 때문일까. 물론 정치공세의 탓이 크다. 그러나 이 질문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박근혜의 사과가 한번도 국민의 심금을 울리지 못했고, 그의 진심이 무엇인지 의심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이 수없이 역사적 과오에 대해 유감을 표시했는데도 피해국들은 진정한 사과가 없었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

오래전 박 의원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게 집요하게 '역사관'을 물으며 박정희 평가를 재촉한 적이 있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은 박 의원의 역사관이다. 인혁당 사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는데 박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가 입을 연 것은 유신 치하에서 긴급조치 위반사건을 맡았던 판사들의 이름 공개를 비난하기 위해서였다. "판사들의 이름 공개는 나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엉뚱하고 오만한 발언이다.

아버지의 독재 치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든 그것은 딸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그 딸이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아버지 시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혀야 한다. 사형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됐던 인혁당 사건의 피고들이 사후 32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그 유족들에게 사과 한 마디 없이 어떻게 감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가.

● 과거를 통렬히 반성하는 보수라야

보수란 수구가 아니다. 과거 자신들이 주류였던 시대에 대한 향수로, 반(反)운동권 정서만으로 보수 행세를 해서는 안된다. 과거의 보수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반성이 없는 보수는 진보와의 대결에서 이길 수 없고, 또 이겨서도 안된다.

박근혜 의원에게 이런 뼈아픈 충고를 하는 것은 그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단계 올라가야 한다. 아버지 문제를 정리하는 것은 대통령 직에 도전하기 위한 통과의례다. 그렇게 하고 싶지 않으면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야 한다.

장명수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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