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됐던 군대위안부 문제가 처음으로 미 하원 청문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산하 아시아ㆍ태평양ㆍ환경 소위원회는 당시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군대위안부 청문회를 15일 열기로 했다고 7일 공식 발표했다.
미 하원의 청문회 개최는 민주당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이 일본 총리에 의한 책임 인정과 사과, 올바른 역사교육 등을 요구하는 ‘군대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한 뒤 결의안 채택을 위한 구체적 움직임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혼다 의원 등은 청문회에 이어 결의안을 외교위에서 통과시킨 뒤 늦어도 5,6월께 결의안을 하원 본회의에 상정해 가결시킨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에도 유사한 결의안이 하원 국제관계위(외교위 전신)에서 통과된 적이 있으나 회기가 끝나도록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해 자동 무산된 적이 있다.
이번에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본격적 청문회가 이뤄지게 된 데에는 한국동포 사회의 자발적 참여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의 유권자센터(소장 김동석) 등 재미동포 단체들은 미 의원들에게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제고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청원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이 때문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많은 의원들이 군대위안부 문제를 미 의회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는데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게 됐다는 것이 동포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이번 청문회에는 군대위안부 피해자로 한국인인 김군자 할머니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국적의 백인인 얀 루프 오헤른 할머니도 처음으로 증인으로 나설 예정이어서 더욱 큰 파장이 예상된다.
올해 84세로 현재 호주에 살고 있는 오헤른은 과거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던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 살다가 19세 처녀 시절인 1942년 일본이 인도네시아 자바섬을 침략했을 때 군대위안부로 끌려 가게 됐다.
3년 반동안 수용소에 있으면서 강간, 폭행 등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은 오헤른은 “일부러 추해 보이려고 머리를 모두 잘라내기도 했지만 오히려 호기심의 대상이 됐다”며 심지어 일본인 의사들도 일본군 강간대열에 합류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오헤른은 1992년 보스니아 전쟁에서 여자들이 무참히 강간당했다는 뉴스와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한국 군대위안부 할머니들의 투쟁 모습을 보고 일본만행 폭로에 나서게 됐다.
그러나 재미동포 단체들에 따르면 군대위안부 결의안 저지를 위한 일본의 ‘방해 활동’도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일본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로비 회사들을 고용, 핵심 의원들을 다각도로 접촉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막강한 경제력을 앞세운 방법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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