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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처뿐인 고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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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상처뿐인 고려대

입력
2007.02.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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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협박을 받았다." "상식적 수준에서 판단하라. 명백한 표절이다."

1,000년 사학(私學)을 지향한다는 고려대는 지금 전쟁 중이다. '협박' '모함' '해교(害校) 행위'. 지성의 전당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 용어가 난무한다.

이필상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으로 교내 세력간 알력이 커지면서 교수 사회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총장은 꽁꽁 숨어 음모론을 부각시키고 있고, 교수들의 협의체인 교수의회는 말싸움에 지쳐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정작 본질인 표절 여부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

현실이 이런데도 학교측은 언론 탓만 하고 있다. "학내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의 선정적 보도 태도로 역기능만 낳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6일 교내에서 열린 두 개의 기자회견을 보자.

포문을 연 쪽은 교수의회 집행부였다. "이게 표절이 아니라면 1년에 논문 수십 편도 쓸 수 있다"는 거친 말이 오가며 거듭 표절임을 강조했다. 숨돌릴 틈도 없이 "표절이란 판단은 집행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이 총장측의 반박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이날 한 교수는 회견 도중 참석자들을 일일이 지목하며 신분확인을 했다. 재단ㆍ학교 관계자들은 씁쓸히 퇴장해야 했다. 한솥밥을 먹는 학교 구성원조차 그에게는 '외부인'일 뿐이었다. 이런 모습이 갈등이 아니라면 무엇이 갈등인가?

이런 결과는 예견돼 있었는지 모른다. 애초 표절을 가리는 분명한 원칙과 기준조차 마련해 놓지 않았다. 정답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 답이 맞다고 서로 우기고 있는 형국이다.

9일 재단 이사회의 결정이 내려지면 이 총장 표절 문제는 일단락 된다. 하지만 두 동강난 고대의 상처가 아물려면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사회부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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